최요삼 선수가 지난 2008년 1월 링 사고로 사망한 뒤 프로복싱계는 안전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최요삼 선수가 2007년 12월25일 마지막 경기를 펼쳤을 때 경기장 안팎의 안전 대책이 무척 허술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최요삼이 경기를 치른 체육관에는 신경외과 의사 대신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나와 있었다.또 경기장 밖 구급차 뒤에 관중의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된 탓에 응급 수송을 할 수가 없어서 사고가 커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한국권투위원회(KBC)는 2008년 초부터 개인별 의무 검진 카드를 작성하는 등 안전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KBC는 의무 검진 카드를 참고해서 경기를 취소할 수도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37세 이상인 프로 선수(한국 챔피언 이상)가 링에 복귀할 때는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링 닥터가 난타전으로 진행된 경기가 끝나면 양쪽 선수에 대한 검진을 강화하게 했다.
또 경기 전날 마련되는 메디컬테스트에서 혈압,맥박,동공 등을 면밀하게 체크하도록 했다.실제로 최요삼 선수 사고가 사망한 해인 2008년 5월에는 선수가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경기를 취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요삼 선수 이후 2년 6개월 만에 또다시 프로복서 배기석(23)이 경기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 마련된 안전 대책에 구멍은 없는지,더 강화할 부분은 없는지 등 안전 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기석은 17일 충남 예산에서 펼쳐진 정진기(일산주엽체육관)와 한국 슈퍼플라이급 타이틀 매치를 마치고 나서 병원으로 실려간 끝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배기석은 이날 8회 TKO패를 당한 뒤 구토 증세를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이 병원 의료진은 CT 촬영 후 ‘뇌출혈 증세가 있으니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진단했고,배기석은 대전 을지대학병원으로 이동해서 대수술을 받았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권투인들에 따르면 배기석은 경기를 마친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심각한 증세를 호소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다.구토 증세 등 몸에 생긴 이상의 원인을 찾으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뇌출혈을 발견하게 된 셈이다.
김형열 일산주엽체육관장은 “경기를 잘 마치고 두 선수가 만나서 서로 격려했다.나도 배기석 선수의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다”며 “그런데 나중에 상태가 그처럼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전 대책 보강 방안으로는 메디컬테스트를 강화하는 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하지만 메디컬테스트에서 정밀 검진 수준의 테스트를 실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형편이다.
황현철 KBC 홍보이사는 “경기 전날 열리는 메디컬테스트에서 선수의 혈액을 뽑는 수준의 검진을 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또 매년 선수로부터 MRI 등 진단 자료를 받는 방안도 예전에 검토했으나 선수들이 이 정도의 비용도 감당하기 버거워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황 이사는 “일본은 매년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MRI 검진 자료를 내는 등 안전 관리에 세밀하게 신경 쓰고 있다”라며 “하지만 2000년 이후 거의 해마다 사망 선수가 발생하는 등 역시 안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 대책과 관련해서는 선수의 경기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KBC의 경기 규칙도 중요하다.KBC는 경기 규칙에서 △3경기 연속 KO(TKO)패를 당할 경우 진단서를 제출한 뒤 KBC의 승인을 받고 나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KO(TKO)로 패할 경우에는 50일,일반적으로는 경기 종료 후 15일이 지나야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배기석은 이 경기를 치르기 전인 지난해 10월3일과 4월27일 등 두 경기에서 연속으로 KO패를 당했다.2경기 연속 KO패를 했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 후 9개월이나 지났기 때문에 경기 규칙상 출전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황 이사는 “배기석 선수는 두 경기 연속 KO패를 당했지만 이후 후유증을 겪었거나 치료를 했다는 등의 기록이 없다”라며 “규정을 어기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을 막기는 어렵다.규정 내에서 더욱 꼼꼼하게 선수의 상태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싱계 일각에서는 김득구 선수의 사망을 계기로 세계타이틀전 라운드 횟수를 15회에서 12회로 줄인 것처럼 국내에서라도 라운드를 줄이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이사는 “프로 복서의 꿈은 세계 챔피언이다.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가 12라운드로 펼쳐지는데 국내에서만 라운드를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며 “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의 라운드가 줄어들면 국내 프로복싱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수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요삼 선수의 동생이자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HO의 최경호 대표는 “예전에 비해 안전 대책은 많이 개선된 것 같다.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하면 시스템이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나서 “요즘 일부 프로 복서들이 안이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몸 상태를 철저하게 살펴보면서 불의의 사고를 막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최요삼 선수가 2007년 12월25일 마지막 경기를 펼쳤을 때 경기장 안팎의 안전 대책이 무척 허술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최요삼이 경기를 치른 체육관에는 신경외과 의사 대신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나와 있었다.또 경기장 밖 구급차 뒤에 관중의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된 탓에 응급 수송을 할 수가 없어서 사고가 커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한국권투위원회(KBC)는 2008년 초부터 개인별 의무 검진 카드를 작성하는 등 안전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KBC는 의무 검진 카드를 참고해서 경기를 취소할 수도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37세 이상인 프로 선수(한국 챔피언 이상)가 링에 복귀할 때는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링 닥터가 난타전으로 진행된 경기가 끝나면 양쪽 선수에 대한 검진을 강화하게 했다.
또 경기 전날 마련되는 메디컬테스트에서 혈압,맥박,동공 등을 면밀하게 체크하도록 했다.실제로 최요삼 선수 사고가 사망한 해인 2008년 5월에는 선수가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경기를 취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요삼 선수 이후 2년 6개월 만에 또다시 프로복서 배기석(23)이 경기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 마련된 안전 대책에 구멍은 없는지,더 강화할 부분은 없는지 등 안전 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기석은 17일 충남 예산에서 펼쳐진 정진기(일산주엽체육관)와 한국 슈퍼플라이급 타이틀 매치를 마치고 나서 병원으로 실려간 끝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배기석은 이날 8회 TKO패를 당한 뒤 구토 증세를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이 병원 의료진은 CT 촬영 후 ‘뇌출혈 증세가 있으니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진단했고,배기석은 대전 을지대학병원으로 이동해서 대수술을 받았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권투인들에 따르면 배기석은 경기를 마친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심각한 증세를 호소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다.구토 증세 등 몸에 생긴 이상의 원인을 찾으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뇌출혈을 발견하게 된 셈이다.
김형열 일산주엽체육관장은 “경기를 잘 마치고 두 선수가 만나서 서로 격려했다.나도 배기석 선수의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다”며 “그런데 나중에 상태가 그처럼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전 대책 보강 방안으로는 메디컬테스트를 강화하는 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하지만 메디컬테스트에서 정밀 검진 수준의 테스트를 실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형편이다.
황현철 KBC 홍보이사는 “경기 전날 열리는 메디컬테스트에서 선수의 혈액을 뽑는 수준의 검진을 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또 매년 선수로부터 MRI 등 진단 자료를 받는 방안도 예전에 검토했으나 선수들이 이 정도의 비용도 감당하기 버거워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황 이사는 “일본은 매년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MRI 검진 자료를 내는 등 안전 관리에 세밀하게 신경 쓰고 있다”라며 “하지만 2000년 이후 거의 해마다 사망 선수가 발생하는 등 역시 안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 대책과 관련해서는 선수의 경기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KBC의 경기 규칙도 중요하다.KBC는 경기 규칙에서 △3경기 연속 KO(TKO)패를 당할 경우 진단서를 제출한 뒤 KBC의 승인을 받고 나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KO(TKO)로 패할 경우에는 50일,일반적으로는 경기 종료 후 15일이 지나야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배기석은 이 경기를 치르기 전인 지난해 10월3일과 4월27일 등 두 경기에서 연속으로 KO패를 당했다.2경기 연속 KO패를 했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 후 9개월이나 지났기 때문에 경기 규칙상 출전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황 이사는 “배기석 선수는 두 경기 연속 KO패를 당했지만 이후 후유증을 겪었거나 치료를 했다는 등의 기록이 없다”라며 “규정을 어기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을 막기는 어렵다.규정 내에서 더욱 꼼꼼하게 선수의 상태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싱계 일각에서는 김득구 선수의 사망을 계기로 세계타이틀전 라운드 횟수를 15회에서 12회로 줄인 것처럼 국내에서라도 라운드를 줄이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이사는 “프로 복서의 꿈은 세계 챔피언이다.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가 12라운드로 펼쳐지는데 국내에서만 라운드를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며 “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의 라운드가 줄어들면 국내 프로복싱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수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요삼 선수의 동생이자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HO의 최경호 대표는 “예전에 비해 안전 대책은 많이 개선된 것 같다.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하면 시스템이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나서 “요즘 일부 프로 복서들이 안이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몸 상태를 철저하게 살펴보면서 불의의 사고를 막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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