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2세 최명철 러시아 태권도협회 고문
“2013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대회 종목에 태권도가 빠져 있습니다. 이 대회에 태권도가 꼭 들어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민간, 러시아 한인들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방한 중인 러시아 태권도협회 고문 겸 러시아 합기도협회 부회장인 최명철(60)씨는 23일 기자와 만나 2011년 중국 선전, 2015년 한국 광주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에는 태권도가 들어 있지만 2013년 러시아 대회에는 빠져 있다며 한국 정부와 한·러 양국 태권도 협회 등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상북도 영천에서 열린 제1회 영천 국제클럽오픈태권도대회 참석차 방한한 최 고문은 러시아에 처음으로 태권도를 보급했고 한국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 왔다.
최명철 러시아 태권도협회 고문
연합뉴스
연합뉴스
최 고문은 고려인 2세로 강원도 원산이 고향인 그의 부모는 1942년 일제에 의해 사할린으로 끌려 왔다. 최 고문은 이곳에서 1950년 태어나 10년제 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는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대학을 다니면서 처음 접한 러시아 무술 ‘삼보’에 매료됐고 이를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학교 대표, 1년 뒤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대표가 됐다.
시합에 나갈 때마다 체구가 작은 레닌그라드종합대학 선수를 만났는데 그가 바로 지금의 블라디미르 푸틴(전 대통령) 러시아 총리다. 당시 푸틴의 체급은 그보다 낮아 직접 맞붙을 기회는 없었다.
건설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1년간 다녀온 뒤 그는 모스크바에서 200㎞ 떨어진 툴라에서 건설 관련 일을 하면서 틈틈이 삼보를 가르치다 1978년 레닌그라드 체육대학에 입학, 1982년 졸업할 때까지 5년간 유도를 전문적으로 배우기도 했다.
●국기원서 태권도 배워 러에 보급
이듬해인 1989년 한민족체육대회 때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1990년에는 국기원이 그를 초청, 3개월간 모국에서 태권도를 익힐 수 있었다.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지만 모국의 무예를 배운다는 흥분에 힘든 줄을 몰랐다. 그는 러시아로 돌아가 곧바로 태권도협회를 창설, 태권도에 관심 있는 러시아 무술인들을 한국에 데려와 교육을 받도록 했다. 태권도협회장은 ’돈 좀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한국에서의 태권도 교육을 전담했다.
최 고문은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 두 가지를 갖고 있다. 하나는 2013년 러시아 카잔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태권도 종목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할린 고려인들의 해방을 기념하는 축제를 여는 일이다.
연합뉴스
2010-07-24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