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고액체납자…이름공개해도 ‘나몰라라’

뻔뻔한 고액체납자…이름공개해도 ‘나몰라라’

입력 2010-07-29 00:00
수정 2010-07-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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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 2004년 12월부터 체납일로부터 2년이 지나고 체납액이 10억원이 넘는 ‘불성실 고액체납자’들의 명단을 공개, 사회적으로 망신을 줌으로써 밀린 세금을 납부토록 유도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지난 5년간 국세청이 고액체납자로 명단을 공개한 사람은 2004년 1천101명, 2005년 2천135명(재공개 975명), 2006년 2천636명(재공개 1천932명), 2007년 3천46명(재공개 2천385명), 2008년 800명 등 모두 9천718명.

이 가운데는 두 번 이상 이름이 중복돼 공개된 사람도 있어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명단이 공개된 사람은 4천426명.

800명 전원이 신규공개자였던 2008년의 경우 500억원 초과 체납자가 4명인 것을 비롯해 100억원 초과 ~ 500억원 이하 50명, 5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83명, 10억원 초과~50억원 이하 663명 등이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명단공개 후 세금을 납부한 사람은 2004년 170명을 비롯해 2005년 285명, 2006년 136명, 2007년 202명, 2008년 479명 등 모두 1천272명.

전체 명단 공개자 중 28.7%가 밀린 세금을 낸 셈이다.

하지만 실제 납부한 세액은 전체 밀린 세금의 1.26%에 불과, ‘새발의 피’ 만큼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명단 공개자가 내야할 세금은 총 17조9천365억원(2004년 4조6천880억원, 2005년 4조2천669억원, 2006년 2조3천431억원, 2007년 3조1천174억원, 2008년 3조5천211억원)이었으나 2008년까지 납부된 세액은 2천255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고액체납자 명단공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고액체납자들이 국세청에 의해 명단이 공개돼도 아예 이를 무시하거나 일부만 갚고 ‘배째라’하는 식으로 버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5년간 명단이 공개된 뒤 체납세금을 납부한 사람들의 평균 납부세액은 2004년 2억1천800만원, 2005년 1억9천900만원, 2006년 3억1천600만원, 2007년 2억1천500만원, 2008년 8천900만원 등에 불과했다.

각자가 공개대상 명단에 오를 수 있는 최하조건인 체납액 10억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물론 체납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세금을 낼 만한 자산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체납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한 재산을 빼돌려 은닉해 놓고 고의로 세금납부를 회피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체납된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명단 공개와 함께 실효적인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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