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號 검찰 1년…‘조직안정 vs 신뢰는 아직’

김준규號 검찰 1년…‘조직안정 vs 신뢰는 아직’

입력 2010-08-16 00:00
업데이트 2010-08-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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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1년 고강도 사정으로 자존심 회복 나설듯

 ‘변모·변화하는 검찰’을 기치로 내건 김준규 검찰총장이 오는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김 총장은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후유증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던 검찰 조직을 추스리고,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각종 개혁과제를 추진하느라 숨 가쁘게 달려왔다.

 덕분에 흔들렸던 조직이 제자리를 찾고 불합리한 수사·인사 관행도 상당히 개선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신뢰 회복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검사 스폰서’ 파문이란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 검찰의 도덕성은 다시 심판대에 올랐고,‘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비판을 받았다.

 김 총장은 조직의 안정과 개혁에 역점을 뒀던 지난 1년과 달리 남은 1년은 검찰 본연의 임무인 사정수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본격화될 사정수사를 통해 ‘거악 척결’이라는 검찰의 존재이유를 얼마나 입증할 지와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검찰 개혁이 제대로 착근될 지가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수사 패러다임’의 전환

 ‘박연차 게이트’의 후폭풍에 스폰서 논란으로 인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낙마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검찰 조직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 총장이 내놓은 해법은 불합리한 인사관행의 혁신과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었다.

 그는 먼저 고질적인 인사 관행부터 손질했다.검찰 인력을 특수통과 기획통,공안통으로 나누던 관행과 출신지나 학교를 중시하던 인사구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하면서 대검 인사기록에서 출신지와 학교를 삭제했다.

 또 표적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별건(別件)수사를 없애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피의자를 과도하게 몰아붙이는 압박수사를 자제하는 등 강압수사 이미지를 벗는 데 힘을 쏟았으며,이런 지침을 담은 조사·신문 매뉴얼을 내놓기도 했다.

 김 총장은 검찰 사상 처음으로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국 1천700여명의 검사들이 참가하는 전국검사회의와 상황변화에 따른 신속한 업무별 검사회의가 가능하게 하는 등 ‘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국제통’으로 불리는 그는 지난 1월 대검 국제협력단을 발족해 국제 수사공조를 강화하고 내년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서울에 유치하는 등 검찰의 국제업무 능력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 잇단 암초로 멀어진 신뢰회복

 하지만,김 총장이 공언했던 개혁 과제들은 아직 실험 단계로 일선 검찰청이나 수사 현장에까지 뿌리를 내릴지는 지켜봐야 하고 그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사 패러다임의 전환 구호에도 불구하고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임신부가 귀가 후 유산해 대검이 감찰조사를 벌이는 등 강압수사 논란이 근절되지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사건은 지난 4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수사력의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으며,특히 뒤이어 터져나온 ‘스폰서 검사’ 파문은 검찰에 대한 불신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전·현직 검사 100여명이 향응접대와 사건축소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서 검사장 2명을 포함한 현직 검사 10명이 징계에 회부됐고 결국 특별검사까지 도입됐다.

 최근 정치권 안팎을 달군 국무총리실 산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는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까지 집중포화를 받게 했다.

 검찰은 지난주 중간수사 결과를 공개했으나 실질적으로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비선(秘線) 보고를 받은 ‘몸통’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를 규명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 사정수사로 자존심 회복 나서

 김 총장은 그동안 제시한 개혁안들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동시에 사정수사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함으로써 안팎으로 처한 어려운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1년 넘게 스스로 족쇄를 채운 채 ‘예비군 훈련’에 치중해온 중앙수사부도 재가동할 계획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올 하반기부터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중수부가 1년간의 동면기를 벗어나 올 하반기에는 사정수사의 최고 사령부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최고 사정기관의 권위를 되찾는 길은 거대한 범죄세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권의 행사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이듯,검찰에 대한 비판과 공정성 시비는 구습과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려는 김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실제로 ‘스폰서 검사’ 파문은 검찰이 연초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를 수사·기소권에 대한 감독을 일반시민에게 맡기는 ‘검찰시민위원회’로 한층 업그레이드하고,‘기소배심제도’의 법제화에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과거에도 수없이 위기를 겪었던 검찰이 지금까지 한번도 ‘환골탈태’했다는 진정한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총장의 추진하는 검찰의 개혁 작업 역시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종착지까지 남은 1년간 김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개혁’과 사정기관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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