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떤 시민들 “재난경보만 빨랐어도···”

공포에 떤 시민들 “재난경보만 빨랐어도···”

입력 2010-09-02 00:00
수정 2010-09-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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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빠른 ‘곤파스 공격’에 맥 못춘 당국···강풍에 3명 사망·6만가구 정전·교통대란

제7호 태풍 ‘곤파스’가 2일 예상보다 반나절 일찍 상륙해 출근길 교통대란 등 큰 피해를 준 가운데 정부가 태풍의 이동 속도와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해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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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호 태풍 ‘곤파스’가 인천에 상륙한 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선학역사거리 인근도로에 가로수가 넘어져 있다.  연합뉴스
제7호 태풍 ‘곤파스’가 인천에 상륙한 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선학역사거리 인근도로에 가로수가 넘어져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곤파스는 애초 이날 정오께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전 6시30분께 강화도에 도달해 새벽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 지역을 강타했다.

 이날 정오쯤에야 비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수도권 시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돌풍으로 주택 유리창이 깨지고 옥상 시설물이 날아가는 등 돌발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또 출근길 철로의 단전으로 지하철이 멈춰 서고 가로수가 뽑혀 나가 차로에 나뒹굴면서 서울 시내 교통에 큰 혼잡이 발생했지만 긴급 복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은 출근 대란에 시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각 부처와 관계 기관이 모인 중앙정부의 대책기구가 급변한 태풍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림동에서 광화문으로 택시를 타고 출근한 김모(36)씨는 ”태풍이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는 정보를 전혀 접하지 못했다.새벽에 태풍이 상륙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서둘렀을 것이다“고 말했다.

 중앙재난대책본부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토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어 기상청의 예측이 늦으면 대처도 같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기상청은 태풍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자연현상이어서 갑작스런 변수로 상륙 시간이 얼마나 빨라질 것인지까지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편서풍과 상층 제트기류의 힘을 받아 예상보다 빨라졌다.생각했던 것보다 제트기류의 힘이 강해 시간은 조금 빗나갔지만 진로는 정확히 맞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상청이 서울과 경기,충남지역에 내려졌던 태풍주의보를 태풍경보로 바꾼 것은 강화도에 태풍이 상륙한 오전 6시35분보다 불과 30여분 빠른 오전 6시인 것으로 나타나 대처가 늦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책본부가 수도권 각급 학교의 등교 시간을 2시간 늦추기로 한 시점도 오전 6시30분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태풍으로 전력 시설이 파손되면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지만 한국전력도 이날 오전 6시가 돼서야 가장 높은 대비체계인 ‘적색비상’을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속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재난상황실을 운영해 중앙정부와 유기적인 협동 체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전 관계자는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정전된 지역의 70% 이상을 복구했다.태풍이 동해로 완전히 빠져나가면 복구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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