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딸’ 특채 파문] “외교관 자녀에 유리한 전형” 비난 우려

[‘장관의 딸’ 특채 파문] “외교관 자녀에 유리한 전형” 비난 우려

입력 2010-09-04 00:00
수정 2010-09-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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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특혜시비에 전전긍긍

외교통상부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3일 딸의 특별채용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합격을 취소하면서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폭주해 외교부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특혜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모습이다.

유 장관의 직접 사과·해명에도 특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외교관 자녀가 외무고시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무고시(정원 30여명) 선발은 일반전형과 영어능통자 전형(정원의 10% 수준)으로 나뉘는데, 이중 영어능통자 전형에서 매년 외교관 자녀 1~2명이 합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외교부가 순혈주의를 깨고 외교 다변화를 위해 5~6급을 200명 가까이 특채했을 때도 상당수의 외교관 자녀가 합격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오는 2013년 외무고시가 폐지되고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외교관을 선발하면 이들 자녀의 합격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의 필기시험 위주에서 영어 및 제2외국어, 자질 평가가 중요해지는 만큼 해외생활 경험이 많은 외교부 관계자들의 자녀가 좋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기자회견과 다음 아고라 등을 통해 이번 채용 과정이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해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 장관의 딸이 자격요건을 충분히 갖춘 데다, 과거 3년간 관련 실무를 경험했고 채용 절차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류전형과 면접과정에서 ‘장관 딸’이라는 점이 특혜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장관 딸이라는 점을 알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이날 언론개혁시민연대 박영선 대외협력국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09년과 2010년 외교통상부 특별채용시험 공고문을 사진으로 찍어 비교한 결과를 소개하고 “2009년 9월 발표된 특채 공고문에는 지원자격이 ‘국내외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나 박사학위를 획득한 자’로 제한됐으나 올해에는 ‘박사학위 또는 석사학위를 취득한 자’로 낮춰졌다. 유 장관의 딸은 석사학위 소지자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2차심사 과정에 어학평가 및 외교역량평가란을 통해 ‘TEPS 정기시험’ 개별응시를 치르게 했고 공무원으로서 기본역량 평가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서류심사 후 최종면접을 거치는 과정으로 간소화했다. 게다가 면접에 참여한 위원 5명 중 외교부 관계자가 2명이 포함된 점으로 볼 때 외교부의 해명은 궁색한 변명으로만 비쳐진다.

김규환·김미경기자 khkim@seoul.co.kr
2010-09-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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