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시달리다 남편 살해한 주부 집행유예 5년

폭력 시달리다 남편 살해한 주부 집행유예 5년

입력 2010-09-07 00:00
수정 2010-09-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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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주부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강경태 부장판사)는 7일 장기간 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신모(39)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한 방어행위로 볼 수 없다.”라면서도 “장기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왔고,사건 발생 며칠 전에도 가위로 위협을 당하는 등 극도로 피폐한 정신상태에 있었던 것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피고인이 남편의 가정폭력과 경제적 무능으로 오랜 세월 고통을 당하면서도 화장품 외판원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 자녀를 부양해 오던 중 자신과 자녀의 생명을 지키려고 범행을 저지른 점,가족과 이웃 주민이 조속히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징역형을 즉시 집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선처 이유를 설명했다.

 19년전 오모(53)씨와 결혼한 신씨는 결혼 1년 후부터 의처증을 앓는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임신 중에도 폭행을 당했지만,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밝은 표정을 지어 주변에서는 신씨의 고통을 알지 못했다.

 남편은 일정한 직업 없이 대마를 흡입하고 술버릇까지 좋지 않았고 신씨를 폭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 새벽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거나 때리기도 했다.

 올해 6월 14일 밤 10시30분께 오씨는 신씨를 흉기로 위협해 20만원을 빼앗아 집을 나갔다가 다음날 오전 4시40분께 술에 취해 귀가했다.

 신씨는 술 취한 실랑이하던 중 살해 위협을 느낀 나머지 남편으로부터 흉기를 빼앗아 온몸을 찔러 숨지게 했다.

 사건 발생 이후 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은 그동안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신씨 구명 운동을 벌여왔다.

 재판 과정에서는 딸(18)이 증인으로 나와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진술하면서 어머니의 선처를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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