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100명중 13명 치료 포기

암환자 100명중 13명 치료 포기

입력 2010-10-14 00:00
수정 2010-10-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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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너무 부담스러워”

지난 6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이모(51)씨는 최근 6번째 항암치료를 받았다. 초기 항암치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회당 20만~30만원 정도 들었지만 최근부터는 비급여여서 치료비가 7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씨는 “항암치료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직장과 가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치료 자체가 부담스럽다.”면서 “암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이 는 건 맞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빈곤층 환자들은 사실상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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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로 바뀌어 치료비 치솟아

또 다른 방광암 환자는 “병원으로부터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최신 방사선 치료는 보험 적용이 안 돼 200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증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빈곤층 암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암환자 100명 중 13명은 진료비 부담으로 병원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업을 가진 암환자 중 80%는 진단과 함께 직업을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희목(한나라당) 의원은 13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암관리사업단이 암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전체의 13.7%에 해당하는 82명이 진료비 부담으로 병원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암 판정을 받기 전 직업을 갖고 있던 대상자 261명 중 진단 이후에도 직업을 유지하는 경우는 43명으로 전체의 16.5%에 불과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암 진단과 함께 생계 수단인 직업을 잃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새터민 등 의료급여 수급자는 91.5%가 암 진단과 함께 직업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도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76.5%는 암 치료비가 ‘매우 부담된다’거나 ‘부담된다’고 밝혔다. 특히 소아암 환자(79.2%)와 의료급여대상자(78.5%)일수록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병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특히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환자는 무려 22.2%가 “병원 방문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혀 건강보험 환자(9.6%)보다 2배 이상 높은 포기율을 보였다.

●진단과 함께 80%가 직업 잃어

원 의원은 “지난해 건강보험 부담률을 10%에서 5%로 낮췄지만 비급여 부분이 여전히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가정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환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0-10-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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