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보고서로 본 우리은행의 ‘수상한’ C&대출
감사원이 지난 2008년 실시한 ‘공적자금지원 금융기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우리은행이 C&그룹에 해 준 대출은 ‘수상한’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다. 대출액보다 훨씬 적은 값어치의 주식을 담보로 하거나, C&그룹의 재무상태를 일부러 건전한 것처럼 평가한 정황이 곳곳에서 보인다.26일 오후 서울 장교동 C&그룹 본사 사무실. 문이 굳게 닫힌 채 계열사 간판들만 내걸려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보고서에 따르면, C&구조조정 유한회사는 2007년 9월 보유하고 있는 주식(639억원 상당)을 담보로 우리은행에 500억~765억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은행법(제38조)은 은행이 회사 주식의 20%를 초과하는 담보 대출은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제 우리은행이 담보로 할 수 있는 주식은 267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은행은 담보액의 2.34배에 달하는 625억원을 C&에 대출해 줬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출을 해 준 것이다.
C&은 이듬해 8월부터 이자를 연체했고, 담보로 맡긴 주식도 급락해 225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우리은행은 큰 피해를 입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은행이 적게는 329억원, 많게는 597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은 당시 업무를 담당한 우리은행 3급과 4급 직원 2명을 견책 처분하도록 조치했다.
우리은행이 C&중공업에 해 준 대출도 의문투성이다. 우리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기 위해 은행 등으로부터 받는 보증)을 받고 있던 C&중공업은 2008년 3월 기업운전자금으로 100억원 대출을 추가로 신청했다.
당시 C&중공업은 이미 3개 금융권으로부터 349억원의 운전자금을 대출받은 상태라 추가 대출 시 상환할 능력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업무를 담당한 우리은행 직원은 C&중공업의 2007년 초 대출 상태를 기준으로 재무상태를 파악했고, 결국 130억원의 여력이 있다고 산출했다.
또 C&중공업이 대출 담보로 제공한 전남의 한 땅과 주식은 사실상 가치가 전혀 없거나 담보로 취득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129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우리은행은 C&중공업이 신청한 지 5일 만에 100억원을 대출해 줬다.
●견책대상 대출직원 韓銀서 포상
C&중공업은 이해 9월 상환 만기일이 되도록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감사원은 은행이 100억원 전부를 손실로 처리한 것으로 파악했다. 감사원은 당시 대출 업무를 담당한 직원도 견책 처분 대상이지만, 한국은행 총재로부터 포상을 받은 점을 감안해 경고 처분을 하라고 조치했다.
이 같은 우리은행의 대출이 더욱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시 우리은행장이 C&그룹 중공업 사장 박택춘(60)씨의 형 박해춘(62) 전 행장이었기 때문이다. 박 전 행장은 2007년 3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재임했다. 공교롭게도 박택춘 사장은 박 전 행장이 행장으로 취임한 2007년 3월 C&중공업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우리銀 “감사원 감사서 큰 문제없어”
한편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26일 은행연합회가 개최한 ‘저축의 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이 C&그룹에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이 있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감사를 담당한 관계자는 “감사 당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 행장 발언은 당시 감사가 단순히 직원들에 대한 징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0-10-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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