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상상”…초등생 성추행 70대 경비 무죄

“어린이의 상상”…초등생 성추행 70대 경비 무죄

입력 2011-01-26 00:00
수정 2011-01-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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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피해진술 신빙성 논란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구체적 내용을 진술했다”(원심) VS “상상한 내용일 수도 있다”(항소심) 2학년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을 다룬 법원이 결정적 증거인 어린이의 피해진술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려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광주고법 형사1부(장병우 부장판사)는 26일 자신이 경비원으로 일하는 초등학교 학생을 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모(7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사실이 당시 정황과 상식에 동떨어지고,피해 어린이 A(8)양의 나이,정신적 미성숙성,품성 등에 비춰 그 진술이 상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A양의 진술이 다소 구체적이라 하더라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양이 피해 일시로 지목한 봄 소풍날 이후에도 명랑했고,경찰 진술 중 일부가 상상이었다고 말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어린이의 상상에 주목했지만,원심 재판부는 “어린이의 진술은 중요한 부분에서 일관된다”며 노인의 거짓말에 방점을 찍었었다.

 앞서 지난해 9월 광주지법 1심에서는 “A양은 경비실 구조와 비품을 자세히 묘사했고 피해 내용에 관한 진술도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만큼 구체적이지만,김씨는 소풍날 아침 행적에 대해 두 차례나 진술을 번복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엇갈린 판단을 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A양의 진술은 8살 어린이가 지어내기 어려운 피해 내용”이라며 원심 판단을 지지하는 의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 과감했다는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다.

 한 판사는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는 대담하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며 “특히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에서는 과감성이 부족해 무죄를 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항소심 판결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9년 4월 24일 오전 자신이 경비로 일하던 초등학교 경비실에서 이 학교에 다니는 A양을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에서 한차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가 피해자 측의 항고로 추가 조사 끝에 기소됐으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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