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모두 안아주지 못해 늘 마음 아파”

“아이들 모두 안아주지 못해 늘 마음 아파”

입력 2011-01-27 00:00
수정 2011-01-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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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26명 돌보는 ‘엄마 수녀’ 이소영 디딤자리 원장

“‘응애, 응애’ 하고 크게 울기라고 하면 좋을 텐데…. ‘흐응, 흐응’ 하고 조그맣게 흐느껴요. 얼마나 아프면 목청껏 울지도 못할까 하는 생각에 눈물만 흐르죠.”

지난 25일 오전 11시 서울 수유1동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디딤자리. 이곳에서 26명의 장애아동을 돌보는 ‘아기 엄마’ 이소영(52) 원장수녀는 곤히 잠든 세 아이들을 바라보며 가슴 아픈 듯 미간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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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수유동에 위치한 장애 영유아 생활시설인 디딤자리에서 이소영(오른쪽) 원장수녀를 비롯한 보육교사와 간호사들이 은혜, 은총, 태호 등 장애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수유동에 위치한 장애 영유아 생활시설인 디딤자리에서 이소영(오른쪽) 원장수녀를 비롯한 보육교사와 간호사들이 은혜, 은총, 태호 등 장애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새해 선물처럼 찾아온 ‘세 천사’

김은혜(7개월·여), 정은총(5개월), 송태호(8개월) 세 영아는 올해 1월 1일 원장수녀를 비롯한 9명의 보육교사에게 새해 선물처럼 찾아왔다.

성가정입양원을 통해 이곳으로 온 은혜는 뇌성마비와 발달지연, 현대의학으로 질병의 원인은 물론 치료법도 알 수 없는 ‘스터지웨버 증후군’까지 앓고 있다. 스터지웨버 증후군 때문에 은혜의 작은 얼굴은 왼쪽이 모두 붉은 반점으로 뒤덮여 있다.

‘무뇌수두증’(뇌가 없는 무뇌증과 머리에 물이 차는 수두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병)을 앓고 있는 은총이는 탈장 상태로 많이 먹지 못한다. 배고픔을 달랠길이 없어 하루종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디딤자리에서 생활하는 아이 가운데 태호는 가장 순하기로 소문났다. 하지만 ‘뇌실확장증’을 앓는 데다 간질 치료약까지 먹고 있어 건강은 좋지 않다. 아이들을 돌보는 박미현(35·여) 간호사는 “아이들이 요새 밝아져서 정말 예쁘다.”면서 “특히 은총이가 요새 살이 올라서 정말 기쁘고 다행”이라고 밝게 웃었다.

보육교사들과 간호사들은 하루종일 먹고 자고 칭얼대기를 반복하는 어린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다. 은총이는 2시간에 한번, 은혜는 4시간에 한번씩 밥을 챙겨 줘야 한다. 박애숙(53) 보육교사는 “은혜는 요새 밥을 잘 못 넘기고 소화도 못 시켜 걱정이에요. 처음에는 잘 먹다가 요새 못 먹는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원장수녀는 “아이들을 돌보며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보육 선생님들이 번갈아가며 아이들을 돌보니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처럼 24시간 엄마품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보육교사 9명이 2교대로 돌봐

현재 9명의 보육교사가 2교대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미치기엔 부족하다. 이 원장수녀는 “신생아들은 한명이 울기 시작하면 전부 다 따라 우는데 손이 부족해 전부 안아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글 사진 윤샘이나·김진아기자 sam@seoul.co.kr
2011-01-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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