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 폭로’ 안원구 前국세청 국장 부인 홍혜경씨 인터뷰
2009년 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을 비롯해 국세청 전·현직 관료 관련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걸어 다니는 폭탄’이 한명 있었다. 바로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의 부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 홍 대표는 당시 남편 안 전 국장이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그림을 강매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한 전 청장 등을 둘러싼 각종 대형 의혹들을 연일 폭로했다.어렵게 입을 연 홍 대표는 한 전 청장 귀국을 어찌 보느냐는 질문에 “한 전 청장은 나와 남편의 억울함 또는 누명의 시작점”이라며 분개했다. 홍 대표는 2009년 당시 “한 전 청장이 남편에게 로비 자금 3억원을 가져 오라고 했다.”거나 “남편이 너무 많은 사실을 알고 있어 국세청이 사퇴 압박을 했다.”는 등 폭탄 발언을 했다. 또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문제를 폭로한 것도 그다. 당시 홍 대표는 “2007년 대구지방국세청의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명기된 전표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도곡동 땅에 대해 “여전히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한창 신변의 압박을 받을 때 그 얘기를 내게 했었다.”며 “남편이 따로 정리해 둔 문서에도 같은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안 전 국장은 한창 사퇴 압박을 받던 당시 자신이 생각하는 사퇴 압박 이유를 문서로 정리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누군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써 있다고 홍 대표는 전했다.
홍 대표는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이는 한 전 청장이 2007년에 인사 청탁 명목으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한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림으로 현재 검찰이 보관하고 있다. 홍 대표는 2009년 당시에 “전 전 청장 부인이 갤러리에 학동마을을 가져와 팔아달라고 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처음 매도 위탁을 받고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군데 문의를 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림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화랑을 가도 이 작품의 시세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최 화백 작품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적정 가격대가 형성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의 공식 입장 역시 “이 작품은 거래가 되지 않아 시세가 없다.”이다.
홍 대표는 현재 구치소에 있는 남편 안 전 국장의 옥바라지를 하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안 전 국장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홍 대표는 “남편 면회를 가도 한 전 청장 이야기는 전혀 못하고 개인 신상 얘기만 나눈다.”고 했다. 면회 시간도 짧을뿐더러 대화 내용이 모두 녹취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말을 꺼내기 어려워했다. 그는 “그런 얘기를 할 입장이 아니다.”고 입을 다물었다.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된 데다가, 어찌 보면 ‘사건의 이해 당사자’인 그가 가타부타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이유였다. 더구나 검찰이 현재 한 전 청장과 남편 안 전 국장의 대질심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발언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태다.
마지막으로 홍 대표는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염려가 크다.”며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고 남편 신변의 안정을 찾은 이후에야 사건 관련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그럼 언젠가 또 다른 폭로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검찰 수사도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고, 우선은 남편에 대한 확정 판결을 기다린다.”며 말을 아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1-03-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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