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가 100일째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대규모 가축 매몰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비가 잦아지는 봄철로 들어서면서 매몰지발 오염 확산이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이런 비관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지나친 걱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매몰지 주변의 이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2차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매몰지가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으로, 매뉴얼대로 하면 그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도 지난달 14~19일 한강과 낙동강 상류 가운데 문제 우려가 있다고 지목된 매몰지역 주변의 하천 수질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측정된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염소이온 등이 인근 하천에 비해 특별히 높은 수치를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온이 점점 높아져 매몰지에 묻힌 가축들의 부패가 활발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질환경 전문가인 한 대학 교수는 “매몰지 조성 시점부터 최근까지 기온이 아주 낮았기 때문에 동물 사체 부패가 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몰지가 해빙되면서 침출수도 많아지고 매몰지 표면이나 지하로의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비가 자주 내릴 경우 침출수의 유출 위험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매몰지 주변 지하수나 하천의 오염이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매몰지 주변 300m 이내에 있는 관정 3천개에 대한 종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 동시에 이들 주민에게 시급성 정도에 따라 상수도를 우선 공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식수 오염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자 매몰지에서 악취까지 진동하고 있는데다 초기 가축 매몰과정에서 2차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제시된 매뉴얼을 어긴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불신도 키우고 있다.
악취 자체가 인체에 해롭거나 바이러스를 옮기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몰지 주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떨쳐주지는 못하고 있다.
또 경기도 용인시는 4일 비닐도 없이 구제역 관련 돼지들을 묻은 백암면 일대 3곳의 매몰지를 인근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침출수가 그대로 스며들어 지하수 등을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강원도 횡성군 가축 매몰지 2곳이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긴급 이전되기도 했다.
‘매뉴얼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는 환경부 장관의 말이나 ‘전국 340곳 상수원보호구역 안에는 매몰지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정부가 전국 4천여곳의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런 사례가 추가로 나올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게다가 매몰지 주변에 야생동물이 출몰하면서 유해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는 아직도 계속 가지를 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28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 한달만인 12월29일 가축 전염병으로는 처음으로 범정부 통합 대응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구성해 정부대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횡성군 상수원보호구역 내 매몰지 2곳이 파악되자 즉시 이전조치했으며 상수도가 없는 매몰지 주변에 상수도를 보급하기 위해 3천89억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매몰지 관리 지원팀을 발족했고 매몰지 관리 실명제와 주민신고제 등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처별로 서로 다른 내용을 소개해 혼선이 빚어지자 구제역 현황과 예방법, 분야별 대책 등을 담은 구제역 종합 포털을 만들어 통일된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사태 장기화에 따른 관련 공무원들의 피로감 누적과 긴장감 이완 등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구제역 사태가 환경 재앙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범정부 대책의 완벽한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는 셈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본격적인 우기가 닥치기 전 매몰지를 보강하고 침출수를 빼내 분뇨나 하수처리장에 보내는 등 침출수로 인한 2차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수질 오염에 대비해서도 정밀조사와 함께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더욱이 비가 잦아지는 봄철로 들어서면서 매몰지발 오염 확산이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이런 비관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지나친 걱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매몰지 주변의 이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2차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27일 많은 양의 비로 구제역 매몰지 2차 오염이 우려된 가운데 경기 파주시 적성면에서 면사무소 직원이 매몰지 주변을 점검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매몰지가 지하수 오염을 초래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으로, 매뉴얼대로 하면 그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도 지난달 14~19일 한강과 낙동강 상류 가운데 문제 우려가 있다고 지목된 매몰지역 주변의 하천 수질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측정된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염소이온 등이 인근 하천에 비해 특별히 높은 수치를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온이 점점 높아져 매몰지에 묻힌 가축들의 부패가 활발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질환경 전문가인 한 대학 교수는 “매몰지 조성 시점부터 최근까지 기온이 아주 낮았기 때문에 동물 사체 부패가 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몰지가 해빙되면서 침출수도 많아지고 매몰지 표면이나 지하로의 유출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비가 자주 내릴 경우 침출수의 유출 위험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매몰지 주변 지하수나 하천의 오염이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매몰지 주변 300m 이내에 있는 관정 3천개에 대한 종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 동시에 이들 주민에게 시급성 정도에 따라 상수도를 우선 공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식수 오염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자 매몰지에서 악취까지 진동하고 있는데다 초기 가축 매몰과정에서 2차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제시된 매뉴얼을 어긴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불신도 키우고 있다.
악취 자체가 인체에 해롭거나 바이러스를 옮기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몰지 주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떨쳐주지는 못하고 있다.
또 경기도 용인시는 4일 비닐도 없이 구제역 관련 돼지들을 묻은 백암면 일대 3곳의 매몰지를 인근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침출수가 그대로 스며들어 지하수 등을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강원도 횡성군 가축 매몰지 2곳이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긴급 이전되기도 했다.
‘매뉴얼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는 환경부 장관의 말이나 ‘전국 340곳 상수원보호구역 안에는 매몰지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정부가 전국 4천여곳의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런 사례가 추가로 나올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게다가 매몰지 주변에 야생동물이 출몰하면서 유해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는 아직도 계속 가지를 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28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 한달만인 12월29일 가축 전염병으로는 처음으로 범정부 통합 대응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구성해 정부대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횡성군 상수원보호구역 내 매몰지 2곳이 파악되자 즉시 이전조치했으며 상수도가 없는 매몰지 주변에 상수도를 보급하기 위해 3천89억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매몰지 관리 지원팀을 발족했고 매몰지 관리 실명제와 주민신고제 등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처별로 서로 다른 내용을 소개해 혼선이 빚어지자 구제역 현황과 예방법, 분야별 대책 등을 담은 구제역 종합 포털을 만들어 통일된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사태 장기화에 따른 관련 공무원들의 피로감 누적과 긴장감 이완 등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구제역 사태가 환경 재앙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범정부 대책의 완벽한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는 셈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본격적인 우기가 닥치기 전 매몰지를 보강하고 침출수를 빼내 분뇨나 하수처리장에 보내는 등 침출수로 인한 2차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수질 오염에 대비해서도 정밀조사와 함께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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