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유출’ 외교관 형사처벌 가능한가

‘기밀유출’ 외교관 형사처벌 가능한가

입력 2011-03-10 00:00
수정 201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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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비상연락망 등의 자료를 상하이 총영사관 불륜 파문의 장본인인 중국 여성 덩○○(33)씨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로부터 직접 빼낸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나타나면서 자료 유출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덩씨가 김 전 총영사 등이 모르는 사이에 은밀히 자료를 빼냈다면 영사들은 관리 소홀에 따른 징계책임만 지겠지만 영사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했거나 유출을 방조했다면 외교상기밀누설죄 등의 적용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만약 관리 소홀로 영사관 자료가 유출당한 것이라면 형사처벌할 수 없겠지만, 자발적으로 제공한 것이라면 제공한 자료에 비밀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 가능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교관들이 우리 정부와 여권 고위 관계자의 연락처를 직접 제공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공관의 다른 주요 정보들도 넘겨줬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므로 총체적으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형사책임과 관련해 우선 적용 가능성이 있는 조항은 외교상기밀누설죄이다.

형법 제113조는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엇이 외교상 기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1995년 ‘보도지침 공개’ 사건에서 “외국과의 관계에서 국가가 보지해야 할 기밀로서, 외교정책상 외국에 대해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정보자료를 말한다”고 판결해 외교상 기밀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다.

대법원은 또 “외국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항은 이를 비밀로 하지 않음이 외교정책상 이익이 된다고 할 수 없어 기밀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때에도 외국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거나 확인하지 않는 것이 외교정책상 이익으로 되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만약 외교관들이 유출한 정보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되는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게 된다.

나아가 덩씨가 만일 북한을 위해 일했다면 이를 도운 외교관들에게는 형법상 간첩방조죄와 국가보안법까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일단 전면 재조사에 착수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조사 결과와 수사의뢰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상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총리실 등 관련부서의) 조사에서 어떤 내용으로 밝혀질지 모르겠고 어떤 조치를 할지 봐야하니까 조사가 끝날 때까지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은 “이른바 ‘상하이女’가 만약 중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면 관련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고 북한과 관련이 돼 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도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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