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에 가짜로 밝혀진 ‘장자연 편지’ 논란

10일만에 가짜로 밝혀진 ‘장자연 편지’ 논란

입력 2011-03-16 00:00
수정 2011-03-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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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탤런트 ‘장자연 자살사건’이 최근 장씨가 썼다고 주장하는 편지가 다시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으나,장씨의 친필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진위 논란은 10일 만에 일단락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6일 “고 장자연씨의 친필이 아니다”고 발표함에 따라 2006년 8월부터 정신장애 증세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한 장기수가 벌인 자작극으로 사실상 드러났다.

 장씨 사건은 용두사미식 수사 논란 속에 지난해 11월 검경 수사와 1심 판결로 일단락된 듯했다.

 세인의 관심에서 잊혀 가던 이 사건은 지난 6일 SBS가 장씨의 자필 편지를 입수했다며 일부를 공개하면서 문건의 진위 논란과 함께 2년 전 풀리지 않았던 의혹들이 속시원히 파헤쳐질지 주목됐다.

 이 편지에는 장씨가 유력인사 30여명에게 성접대를 강요당했음을 암시하는 내용 등 신인 여배우로서 힘겨웠던 연예계 뒷모습을 짐작할만한 내용이 주를 이뤄 여러 의혹들을 ‘재점화’시켰다.

 재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고 그 이면에는 2년 전에도 같은 내용을 언론에 제보하며 장씨 지인임을 자처하는 수감자 전모(31)씨에 대한 당시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교도소 압수수색..원본 편지 24장 등 확보

 비판이 일자 경찰은 필적감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편지 원본 확보에 나섰다.지난 7일 광주교도소로 수사관들을 보내 3시간여 동안 전씨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장씨와 1980년생 동갑내기인 전씨는 “10여년 전이고 고1~고3학년 때부터 장씨와 친구로 지내며 편지를 교환했고,수감 이후에도 장씨를 ‘설화’라고 부르며 계속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경찰은 전씨가 지난해 장씨 사건 재판부에 장씨의 편지라며 사본으로 제출한 탄원서 형식의 편지 50통 231쪽을 검찰을 통해 확보했다.

 압흔(눌러쓴 흔적)이 없는 사본으로는 진위 판독이 어렵자 경찰은 원본을 확보하기 위해 곧바로 전씨 감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2년 전 수사때 감방을 압수수색하지 않아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방 압수수색에서 전씨가 주장하는 장씨 편지 원본 24장과 사용 흔적이 있는 편지봉투 원본 5장,장자연 기사가 담긴 신문스크랩 70여장 등 2천400여점을 압수하고 원본 편지에 대한 필적감정과 지문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 의뢰했다.

 ●소인 일부 잘라낸 편지봉투,미혼인 전씨 압수물에서 아내 명의 편지 발견

 압수물을 분석하던 경찰은 10일 편지봉투 사본에서 조작 흔적을 발견,‘자작극’ 가능성이 제기됐다.

 편지봉투 사본 50장 중 4장은 소인이,15장은 소인에 발신지가 없었다.

 또 서울우체국은 없는데도 31장은 발신지에 ‘서울’만 표기돼 있었으며,우체국 소인의 지역명 부위가 가로 1.5㎝,세로 1㎝ 크기로 잘려 구멍 난 사본 3장도 발견됐다.

 경찰은 구멍을 낸 사본을 여러 차례 복사하며 전씨가 의도적으로 발신지를 숨기려 한 목적이 있다며 이를 조작의 근거로 봤다.

 14일에는 미혼인 전씨의 압수물에서 ‘장자연 편지’와 필체가 유사한 자신의 아내와 아내 친구 명의로 지난해 6월29일~7월1일 작성한 것으로 된 2종의 편지 원본(적색글씨체) 10장을 추가로 발견했다.

 전씨는 기록상 결혼한 적이 없고 1999년 2월 첫 수감된 이후 3개월을 제외하고 계속 수감 중이었다는 점에서 경찰은 조작 가능성에 더욱 심증을 굳혔고 국과수에 해당 문건의 필적감정을 추가 의뢰했다.

 ‘장자연 편지’는 국과수의 감정과 경찰의 종합조사 결과 장씨의 친필이 아닌 것으로 16일 결론나면서 편지의 진위 논란은 전씨가 벌인 자작극으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경찰은 문건 자체가 조작된 이상 수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재수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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