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건 양보없는 경쟁 벌여..인근 전통시장, 전문 가전매장 등 울상
경남 창원시의 상징인 창원광장 옆에 나란히 자리 잡은 대형 할인매장인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유통 전쟁’이 29일로 3개월을 맞는다.두 할인점은 좁은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불과 1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대기업 할인매장들 사이에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어 매일 같이 피를 말리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이마트는 기존 고객을 지키려 하고, 후발 주자인 롯데마트는 고객 빼앗기에 나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을 벌이면서 지역 유통업계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 매출 ‘엎치락 뒤치락’ = 매출 규모에 대해 롯데마트는 1월 165억원, 2월 106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1월 130억원, 2월 110억원이라고 했다.
1월에 개점 효과를 극대화한 롯데마트가 이마트를 이겼다면 2월은 이마트가 세찬 반격으로 롯데마트를 제쳤다.
또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하루 평균 매출은 롯데마트가 3억6천만원, 이마트가 4억5천만원이라고 각각 추계해 두 점포간에 쫓고 쫓기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차별화ㆍ첩보전 치열 = 이처럼 양측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이다 보니 서로 우위를 점하려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잇따라 내놓는가 하면 1원이라도 더 싸게 팔기 위한 첩보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롯데마트가 전국 최초의 대형 장난감 전문매장을 마련해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자 이마트는 매장을 새단장하면서 대형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을 설치하는 맞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 측은 또 상대 점포의 가격과 상품진열, 사은품 지급 등을 살피면서 제품에 따라 하루에 3차례 이상이나 가격표를 바꿔 붙일 정도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격 체감도가 높은 삼겹살과 라면, 커피류 등이 주요 대상이다.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져 = 두 거대 유통기업 사이의 경쟁은 전통시장 등 주변 영세상인들에게는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두 할인점과 가까운 곳에 있는 상남시장의 신철웅(67) 상인회 회장은 “의류과 공산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40% 이상 떨어진 것 같다”며 “농축산물은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전문 가전매장도 직격탄을 맞아 평일에 20~30%의 손님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나마 주말과 휴일에는 찾아오는 손님 수가 크게 줄지 않아 다행이라는 것이다.
두 마트와 직선거리로 300m 가량 떨어진 한 피자가게 업주도 “마트의 영향으로 10% 정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반면 롯데마트와 지하통로로 연결된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식품과 가전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를 많이 했으나 매출이 별로 빠지지 않았다”며 “마트에 몰리는 손님들 중 상당수가 백화점에 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영세상인과의 공생 방안 찾아야= 지역의 영세상인들은 당초 우려대로 대형 유통기업간 전쟁이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오자 상생할 수 있는 방안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판매품목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종미 민주노동당 조직국장 겸 대형마트 입점 저지 및 중소상인 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관련 법과 조례에 대형 할인매장의 허가제를 도입하거나 심의기구를 통해 허가제에 준하는 규제가 담긴 방안이 마련되어야 실질적으로 영세상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대 경영학부 김상덕 교수는 “이 문제를 논의한 지 10년 가까이나 되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양측간 취급 상품과 영업 시간대를 달리하는 것과 영세상인들의 공동 물류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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