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한달’공포’엔 說보다 과학으로

대지진 한달’공포’엔 說보다 과학으로

입력 2011-04-10 00:00
수정 2011-04-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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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우려 키우기보다 신중한 대응 필요”

일본 대지진ㆍ지진해일(쓰나미)ㆍ원전사고로 인한 ‘대재앙’은 국내에서도 지진과 방사능에 대한 대응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한반도도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원자력 에너지가 높은 효용성과 위험부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도 새삼 일깨웠다.

아울러 막대한 피해를 부를 수 있는 재난에 대한 공포가 몰려올 때 정확한 예측과 분석을 바탕으로 신중하고도 체계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도 거듭 확인했다.

◇한반도는 안전지대?..재점검 필요성 제기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혼슈 센다이 동쪽 179㎞는 지진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상 대평양판과 북미판이 만나는 경계지역이어서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는 한반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전해지면서 한반도는 정말 지진 안전지대인가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새삼 제기됐고 허술한 지진 대비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거셌다.

일본에서 강도 높은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한반도에서도 내륙 5회, 해역 7회 등 모두 12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중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2회, 사람이 진동을 느낀 유감지진은 1회로 집계됐다.

더욱이 언제든 폭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백두산 화산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두산 화산 전문가인 윤성효 부산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백두산 화산이 지금도 분화(폭발)의 전조현상을 보이며 예측불허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백두산 화산의 폭발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물론 폭발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안을 키우고 있다.

백두산 화산을 의제로 삼아 공동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최근 남북 협상에 관심이 쏠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日 원전사고로 방사능 공포 확산

일본 대지진이 우리 사회에 안긴 공포는 지진 자체보다는 방사능 우려가 훨씬 크고 직접적이었다.

일본 원전 사고로 대기중에 퍼진 방사성 물질은 한반도 상공에 연중 부는 편서풍 덕분에 한반도로 곧장 날아오지는 않았지만 지구 한바퀴를 돌아 미미한 물량으로 영향을 미쳤고 시민들의 우려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졌다.

편서풍이 2~3주에 걸쳐 지구를 한바퀴 돈 뒤에는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상황이지만 편서풍이 농도 짙은 방사성 물질의 직접 유입을 막아줬다는 데는 대체로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원전사고 발생지역이 일본이 아닌 중국일 경우를 가정하면 상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1991년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중국은 현재 장쑤성 톈완(田灣), 저장성 친산(秦山), 광둥성 다야완(大亞灣)과 링아오(嶺澳)에서 모두 1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 한반도와 가까운 동부 연안에 몰려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2006년 3월1일 새벽부터 중국 중서부에서 방사성 요오드131이 12시간 동안 방출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기확산 모델에 적용한 결과, 편서풍을 타고 사흘만에 서해안에 상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동 속도는 기류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을 차단할 방법은 찾기 어렵다. 편서풍이 ‘방패’가 아닌 ‘창’으로 돌변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불안 키우는 ‘설(說)’보다 신중한 ‘과학’ 필요

일본발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확산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면서 사회 일각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일본에서 방사능 공포가 퍼지는 가운데 농도가 짙은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직접 날아올 수 있다는 독일과 일본 등 외국 기상청의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불가능’ 주장을 편 기상청에 불신 여론이 쏟아졌다.

이런 논란이 확산되는 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주장들이 떠돌면서 정확한 정보를 갈구하는 누리꾼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외국 기관들이 분석 결과를 대폭 수정하면서 논란이 잦아들긴 했지만 이런 소동이 재연될 여지는 아직도 남아있다.

논란의 원인이 전문기관들의 분석 정확도에 차이가 난 탓도 있지만 가정을 바탕으로 한 ‘예측 결과’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성급함도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의 체계적인 대응이 미흡한 점도 이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풍향을 분석한 기준 시점과 분석 대상기간이 다르고 분석에 입력한 방사성 물질 유출량 등 초기값이 서로 상이한데도 이를 꼼꼼하게 따져 정확한 해석을 하기보다 성급하게 맞비교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희수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도 “정부나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도 우려를 앞세워 부풀려 진 내용을 보도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인터넷상에서 마구 퍼트리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개인이나 정부가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팩트(사실관계)를 갖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본의 대응은 너무 보수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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