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문건 살펴보니…중앙회 주도, 후원 결과 등 체계적 관리

신협 문건 살펴보니…중앙회 주도, 후원 결과 등 체계적 관리

입력 2011-05-09 00:00
업데이트 2011-05-0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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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협동조합(신협)의 ‘입법 로비’는 조직적·체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후원 관련한 문건이 대부분 파기돼 검찰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신협중앙회가 전국 신협 직원들에게 지역별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게 하고, 후원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나와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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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협동조합이 국회에 입법로비를 위해 자체 전자 게시판에 올린 문건에는 국회의원의 이름과 계좌번호, 예금주 등이 고스란히 나온다.
신용협동조합이 국회에 입법로비를 위해 자체 전자 게시판에 올린 문건에는 국회의원의 이름과 계좌번호, 예금주 등이 고스란히 나온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2009년 국회의원 후원 안내’ 문건에는 신협의 국회의원 후원 과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후원 목적은 사실상 ‘입법 로비’라고 볼 수 있다. 4월 30일 문건에는 “4~5월 중 신협법이 국회 정무위에서 다뤄진다. 정무위 박상돈 의원에게 후원….”이라고 적혀 있다. 11월 18일 문건에는 “대전·충남지역 출신 국회의원 중 신협법과 관련돼 있는 의원 중심으로 후원하고자 하오니….”라고, 27일 문건에는 “신협 전체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관련 국회의원에게 후원을 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30일 문건도 마찬가지다.

신협 관계자는 “2006년쯤부터 국회의원 후원이 시작된 것으로 안다.”며 “당시 한달에 한번씩 지역적으로 실무책임자 모임이 있었는데, 중앙회 직원이 참석해 ‘선정 의원들에게 송금하라’고 했다. 중앙회에서 하자는 것이니 지시나 다름없었다.”고 털어놨다.

‘로비 목적’도 엿볼 수 있다. 문건에는 ‘신협 현안’이라는 제목 아래 “비과세·생계형저축 중복가입 폐지 관련(국회 계류중)”이라고 명기된 뒤 ‘우리의 소망-법 개정시 고려사항’으로 ▲업무영역 확대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이 열거돼 있다. 2009년 당시 신협은 ‘비과세·생계형저축 중복가입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후원이 전국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도 있다. 문건에는 “연말정산을 위한 영수증은 ‘각 조합별’로 의원 사무실로 연락해 청구하시길 바란다.”고 명기돼 있다. 신협 관계자는 “경기지역 신협에서 ‘왜 이렇게 하느냐.’는 불만이 터졌다.”면서 “당시 게시판에 ‘국회의원 후원 안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 주겠다.’는 내용도 오르는 등 경기 지역에서는 강제 후원토록 한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신협은 후원 때 ‘신협’을 꼭 명시하도록 했고, 후원 결과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후원과 관련해서는 일선 신협에 공문을 보내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중앙회나 지역본부 차원에서 후원금 납부를 독력하거나 강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11-05-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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