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부하를 ‘쳐야 하는’ 장수는 인정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9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소환됐던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조사를 받기 전 김홍일 중수부장과 차를 마시거나 별도의 면담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조사실로 향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중수부장은 보통 사회 고위 인사가 피의자로 소환될 경우 자신의 방에서 차를 마시며 분위기를 정돈한 뒤 조사실로 보내는 게 관례지만, 한때 아끼는 후배였던 은 전 위원에게는 이 같은 ‘작은 인사’조차 생략한 것이다.
김 부장과 은 전 감사위원은 1993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사건’을 함께 맡았던 선후배 사이였다. 또 김 부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BBK’ 사건을 수사할 때, 은 전 위원은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으로 ‘BBK 의혹 대책팀장’을 맡으며 창과 방패의 인연을 이어갔다. 모두 천주교 신자로, 김 부장은 은 전 위원 아들의 대부(代父)를 맡을 정도로 막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1-06-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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