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시대’ 펴낸 조영남
“기타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우리 딸이 기타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디지털 시대가 잊어버렸던 아날로그 시대의 정서를 다시 회생시킨 결과가 아니겠는가 생각하죠.”7일 서울 정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영남(가운데)씨가 세시봉 멤버인 윤형주(오른쪽), 김세환씨와 함께 세시봉에 얽힌 일화를 털어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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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열풍’은 지난해 추석 한 방송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1960~70년대 대중가요 팬들의 추억을 상기시킬 뿐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나는 가수다’ 유의 ‘진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환기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가수 조영남(66)씨가 ‘쎄시봉 시대’(민음인 펴냄)를 직접 써서 그 시대 노래의 힘과 지금도 그 힘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을 풀어냈다. 책은 맏형인 조씨를 비롯해 이장희(64), 윤형주(64), 송창식(64), 김세환(63), 김민기(60), 윤여정(64) 등 세시봉(음악감상실) 멤버들과 얽혀 지내던 이야기를 담았다.
●“윤여정 얘기 빼면 앙꼬 없는 찐빵”
조씨가 7일 서울 정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윤형주, 김세환씨도 함께 참석해 그의 얘기를 거들었다. 조씨는 “세시봉 친구들의 음악과 우정, 이 얘기가 책의 전부”라면서 “우리의 삶에서 걸러 나오는 것이 음악이니 우리는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트로트와 팝송밖에 없던 시절이던 당시 대학교 1~2학년이었던 우리는 포크에 자연스럽게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고 포크송에 흠뻑 빠진 그 시절을 회고했다. 이어 “세시봉 음악의 가치를 논하려면 좋든 싫든 우리의 역사를 얘기 안할 수가 없다. 서양 음악을 먼저 노래했다는 점에서는 부끄러운 생각도 있다.”면서도 “팝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 중요한 가치가 있고 타이밍이 맞았다. 저와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은 번안곡이 기초가 돼 작곡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비틀스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쓰기 힘들었던 대목으로 전처였던 배우 윤여정 편을 꼽았다. 책에서도 ‘세시봉 이야기에서 윤여정을 빼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된다.’라고 표현한 그는 “윤여정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제 얘길 하는 걸 보고 ‘이젠 써도 뭐라 안 하겠구나’ 하고 안도했다. 헤어진 뒤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데 얼마 전 윤여정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이장희가 만났다더라. 그런데 이장희가 미국 가는 바람에 자세히 못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시봉 자격은 공동체적 감성”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조씨가 강조하는 것은 음악이라기보다는, 음악 아래 똘똘 뭉쳐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눌 수 있는 우정이었다. 윤씨와 김씨의 ‘증언’ 또한 마찬가지다. 윤씨는 “얼마 전 자살한 후배 가수 채동하가 쓴 글을 보면 ‘세시봉 같은 우정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요즘 연예인들에게도 세시봉 속성이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면서 “그때는 공동체 의식이 중요했다. 세시봉 시대는 내 것이지만 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도 “누구 한 사람이 곡을 취입하면 서로 기타도 쳐 주고 화음도 넣어 주고 그랬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나눠 주고 그런 것이 당연했다.”고 맞장구쳤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1-06-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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