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빚’… 살인적 알바 불구 생활비도 못대
고액 대학 등록금 문제가 곪아 터졌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시작된 반값 등록금 거리 시위가 10일 전국으로 확산됐고, 정치권마저 가세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변했다. 살인적인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당위성엔 공감하면서도 속시원한 해법은 아직 도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고등학교 때까지 ‘내가 쓸 돈 내가 벌어야지’라고만 생각했던 김씨는 대학에 진학한 뒤 자신이 등록금 때문에 허덕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김씨가 한 학기에 내야 할 등록금은 350만원 정도다. 그나마 서울 지역 사립대 중에서는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김씨는 마음 편히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이다.
1학년 때는 부모님과 친척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등록금을 냈지만, 2학년 2학기부터는 더 이상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됐다. 결국 학자금 대출에 손을 대며 김씨는 ‘빚쟁이’가 됐다.
김씨는 1학년 때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했다. 고급 중국 음식점에서 하루 종일 접시를 닦았고, 새벽에 전단지를 돌려보기도 했다. 전공을 살려 학원에서 국어 수업을 할 때는 그나마 시급이라도 많이 받았다.
정기적인 아르바이트에 부업까지 더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50만원 정도다. 이 돈으로는 등록금을 대기는커녕 한 달 생활비로 쓰기에도 부족하다. 한 달에 9만원 정도인 학자금 대출 이자를 갚고 나면 손에 떨어지는 돈은 많아야 40만원이다.
아르바이트에 내몰린 김씨에게는 좋은 학점도, 장학금도 ‘그림의 떡’이었다. 김씨가 발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학점은 3~3.5점대에 머물렀다. 이 정도로는 과에서 2~3등까지에게만 주어지는 장학금은 어림도 없다.
지금은 그나마 ‘고급 아르바이트’인 과외를 한다. 두 학생에게 국어 과외를 해 주고 한 달에 55만원을 받는다. 이 돈으로도 한 달 생활이 넉넉지 않아 각종 부업도 최대한 찾아서 하고 있다. 이달을 끝으로 과외 하나를 끝내야 할 상황이라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걱정이다.
김씨는 “대학을 안 가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1-06-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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