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들 가능성 커…국가 지원 절실”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을 꼭 갖춰서 도전할 거예요.”운동복에 컬링슈즈 차림으로 옆자리 학우와 천진난만하게 수다를 떨던 이민예(12)양은 2018년 동계올림픽을 맞이하는 포부를 묻자 눈을 반짝였다.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부설 초등학교 체육관에 모인 6학년 학생 10명은 모두 한양초 컬링부 소속.
전날 밤늦게 TV로 한국의 동계 올림픽 유치과정을 지켜본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들뜬 표정으로 서로 감상을 나눴다.
컬링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됐다는 이현준 군은 “할아버지 목장이 있는 평창에 자주 놀러 갔는데 올림픽을 거기서 한다니 신기하다”며 “솔직히 내 실력도 평균 이상인 것 같다. 올림픽에 나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하 양은 “스톤을 굴릴때 슬라이딩하면서 미끄러져 쭉 나가는 느낌이 좋다”며 “컬링을 계속해서 우리나라 올림픽에도 나가면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양초등학교 컬링부는 2001년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초등학교 컬링팀이다.
연습 상대가 전국에 4∼5개 정도밖에 없는 클럽팀이 전부여서 정식 시합은 1년에 한번 해볼까 말까 하지만 초기 졸업생들이 배출되면서 신구중, 청담고에 잇따라 팀이 창설되게 만든 ‘컬링 전도사’ 격의 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계스포츠 중에서도 국내에 아직 덜 알려진 컬링은 설비를 제대로 갖춘 전용 링크조차 없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경기는 전국체전에서 ‘시범 종목’인 탓에 태릉선수촌의 연습장을 쓰려 해도 성인 대표팀과 중·고등학교 선수들에 밀려 매주 토요일 새벽 5시에나 겨우 사용이 가능하다.
컬링부 어머니회장인 김재영(41)씨는 “아이가 원해서 시작했는데 집중력과 협동심이 길러지는 길러지는걸 보면 정말 ‘두뇌 스포츠’인 것 같다”면서도 “국내 팀이 적어서 시합을 잡기도 어렵고 부모가 사비를 지원해야만 하는 게 안타깝다”고 애로 사항을 전했다.
학교 수업에는 지각해도 새벽 컬링연습은 꼭 챙겨서 한다는 어린 학생들의 염원은 국내에 컬링 전용 빙상장이 생기는 것이다.
10년 전 팀을 창단한 이래로 학생들과 함께해 온 교사 겸 감독 조해영(51)씨는 “평창 올림픽 유치는 우리나라의 쾌거지만 이전에 초등학교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가 좋은 한국 사람들에게 ‘얼음판 위의 체스’로 불리는 컬링은 정말 적합한 스포츠”라며 “충분한 가능성을 갖춘 우리 학생이 꿈을 펼칠수 있도록 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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