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77개 병원 첫 분석결과…‘심장이 웃는다’

심평원, 77개 병원 첫 분석결과…‘심장이 웃는다’

입력 2011-07-09 00:00
수정 2011-07-0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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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년 전만 해도 그냥 죽었지. 방법이 없었잖아. 하지만 요새는 이것 때문에 죽는 사람이 이상하지.” 최근 협심증으로 쓰러졌다가 관상동맥우회술(CABG)로 생명을 구한 박건중(68)씨의 말이다. 심혈관질환을 다루는 의술의 발전이 놀랍다. 발전상을 체감하기 어렵다면 환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보면 금방 체감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의료비용절감위원회(PHC4) 조사 결과, 관상동맥우회술의 병원 내 사망률은 1994년 3.23%이던 것이 2009년 1.54%로 무려 52.3%나 감소했다. 국내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소한 이보다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의료인들의 주장이다. 서구 의료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의료술기를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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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건대병원등 10곳 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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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수술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심장을 정지시킨 뒤 ‘인공심폐기’를 사용하는 수술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부정맥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는 ‘무심폐기 수술’이 대세다. 또 수술 후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흉골 절개수술 대신 ‘최소침습 수술’이 자리를 잡았다. 예전처럼 정맥 혈관을 사용하는 대신 동맥혈관을 사용해 예후를 개선하고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관상동맥우회술이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졌거나 막혔을 때 인체 다른 부위의 혈관을 떼어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주는 외과 수술이다.

관상동맥이 막혀 생기는 ‘협심증’, ‘심근경색’ 등 이른바 허혈성 심장질환자에게 주로 시행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암과 뇌혈관질환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인구 10만명 당 환자 수는 2003년 1032명에서 2005년 1173명, 2007년 1289명, 2009년 1342명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비만·고지혈증·음주 및 흡연습관·운동부족 등이 흔히 문제가 된다. 여기에다 빠른 노령화가 더해져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먹고살기 좋아서 생기는 병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8일 국내 의료기관의 관상동맥우회술 실적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특정 질환의 치료에 따른 정확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다.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77곳을 대상으로, 2008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년 동안 실시한 수술 자료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는 병원으로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건국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종병원·아주대병원·연세대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 등 10곳이 1등급으로 꼽혔다. 모두 수도권 병원이다. 197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술을 시작한 지 34년만에 이뤄진 첫 평가였다.

심평원은 ▲수술 횟수 ▲장기 생존에 유리한 내흉동맥(흉골 안쪽의 동맥) 사용률 ▲퇴원시 혈전용해제 처방률 ▲합병증으로 인한 재수술률 ▲환자 사망률 ▲수술 후 입원일수 등 6개 지표를 기초로 평가했다.

1등급 외에 2등급 37곳, 3등급 20곳, 4등급 1곳 등이었다. 5등급은 없었다. 병원별로 수술 횟수는 1~975건, 내흉동맥 사용률은 60~100%, 혈전용해제 처방률은 22~100%, 재수술률은 0~38.5%로 병원 간 격차가 컸으나 1등급 병원의 경우 의료선진국과 대등한 치료성공률을 보였다.

●무심폐기·최소침습, 부작용 줄여

환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우회술 치료를 받은 정우권(63·의사)씨는 “사실 처음엔 후유증을 걱정하기도 했으나 워낙 치료 예후가 좋아 수술을 결정했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협심증으로 인한 흉통으로 입원,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남광현(57)씨 역시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데다 술과 고기를 즐겼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죽는 줄 알았으나 천행으로 목숨을 건졌다.”면서 “이런 치료법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재원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장수술의 위험률은 지난 10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수술기법의 발전으로 크게 개선됐고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면서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의 관상동맥우회술의 시행, 최소침습적 심장수술의 보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검진으로 적기에 병만 찾아낸다면 치료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1-07-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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