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출제 평가원 비리 충격…”재발방지 시급”

수능출제 평가원 비리 충격…”재발방지 시급”

입력 2011-07-19 00:00
수정 2011-07-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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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감사적발 출제ㆍ검토위원 인력풀에서 제명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각종 비위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자 교육계가 충격과 실망을 나타내면서 재발방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19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수험생 자녀를 둔 고교 교사들이 출제ㆍ검토위원에 포함돼 자칫 문제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4년간이나 계속됐고, 수능출제위원ㆍ관리요원들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평가원장이 준 격려금을 횡령했다.

지난해 수능이후 제기됐던 불량 샤프심 논란도 평가원이 저질 중국산을 계약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평가원 관계자들은 시험지 인쇄계약을 맺으면서도 비리를 저질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수능문제와 EBS 교재의 연계강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EBS도 교재 값을 과다 계상, EBS 교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 등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고 전국민의 관심사인 수능의 공신력을 유지하려면 평가원측은 하루속히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수능 출제 과정 어떻게 되나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수능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수능 한 달 전부터 지방의 콘도미니엄 등을 확보해 출제위원들을 ‘감금’한다.

지난해의 경우 수능 출제위원(300명 내외) 및 검토위원(180명 내외), 보안요원 등 650여명이 11월18일 수능시험이 시행되기 한달 전인 10월18일부터 수능 마지막 교시가 끝날 때까지 31박32일간 합숙했다.

전화나 이메일, 편지, 팩스, 인터넷 등은 금지되고 가족과 안부를 주고받는 일도 금지다. 출제위원이 상(喪)을 당해도 보안요원을 대동하고 빈소에서 잠시 분향하는 것만 허락하는 정도다. 합숙소 안의 종이와 음식물 쓰레기까지 보안요원이 일일이 검사한다.

하지만 이런 철통 보안도 이번처럼 수험생 학부모를 걸러내는 사전 장치를 하지 않은 경우 소용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후 합숙에 들어가기 전까지 2-3주 정도 시간이 있어서 자신이 출제할 방향이나 문제 유형을 주변에 알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평가원은 출제위원들에게 비밀유지 서약서만 쓰도록 했을 뿐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을 제출받아 꼼꼼히 수험생 자녀를 뒀는지를 가리는 회피ㆍ제척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

◇평가원 “문제 유출가능성은 없어..재발 방지 철저” = 평가원측은 출제ㆍ검토위원을 선정할 때 기존에는 인력 풀에서 자격심사를 한 후 서약서를 받아 선정해왔다.

하지만 평가원은 이번 6월 수능 모의평가 때부터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가족관계기록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수능 응시수험생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일일이 대조해 혹시라도 수험생 학부모가 출제ㆍ검토위원이 될 수 없도록 차단한다는 의미다.

평가원측은 또 이번에 적발된 출제위원 2명과 검토위원 9명은 출제ㆍ검토위원 풀에서 제명했다.

평가원측은 검토위원은 출제위원이 낸 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에 맞는지, 난이도가 적절한지를 검토하기 위해 문제가 출제된 이후 합류하므로 문제유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출제위원 2명도 1명은 사회탐구 중 ‘법과사회’과목을 출제했으나 자녀는 그 과목을 응시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1명은 외국어영역을 출제했으나 자녀는 외국어영역에는 결시했다고 설명했다.

수능업무를 평가원에 위탁하고 있는 교과부는 일단은 수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정도의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평가원측에 이번 일의 경위를 면밀히 파악하라고 요청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와는 별도로 해당 위원들이 자녀들이 수능을 응시하는지를 알고도 위원으로 참여했는지 등 고의성 여부를 철저히 검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계 재발방지 촉구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험의 생명은 객관성,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라며 “수능 관리규정 위배에 따라 수능의 공신력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교과부와 평가원은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라”고 요구했다.

교총은 “추락한 수능의 공신력 회복은 근본적인 대책이 제시될 때 가능하다”며 “출제자 파악을 통한 족집게 과외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현재의 수능 출제 시스템을 문제은행 방식으로 개선해 수능을 예측가능한 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총은 “성태제 평가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임기 중 문제은행식 출제로의 전환 추진’ 의사를 밝힌 건 바람직한 일”이라며 “출제진 인력 풀은 사실상 한계에 달해 매년 출제·검토위원 숫자를 채우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며 “사전 검증을 통해 고3 자녀를 둔 사람은 출제위원이 되지 못하는 게 당연한데 평가원이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했다는 게 문제이며 이는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험 문제가 유출되거나 입시 부정이 일어날 개연성이 분명히 있다”며 “국가는 철저하게 입시 관리·감독을 할 책임이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이들은 수능 점수 1,2점으로 대학 입학의 당락이 결정되는데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믿음을 갖고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진상을 명백히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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