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목격자’ DNA법 1년…범죄수사 진일보

‘소리없는 목격자’ DNA법 1년…범죄수사 진일보

입력 2011-07-25 00:00
수정 2011-07-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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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 가능성 큰 범죄 예방효과..추가 범행 시 반드시 검거”

“모든 범행은 흔적을 남기고, 범행 현장의 DNA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소리 없이 말한다”

흉악범의 DNA를 채취해 영구보관할 수 있도록 한 ‘DNA법(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이 법 시행으로 미제사건 해결 효과는 물론 과학수사 기법도 진일보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새벽. 춘천시 모 대학 인근에서 귀가하는 여대생을 뒤따라가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고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로 유모(2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공익근무요원인 유씨를 검거한 춘천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면서 DNA 법에 따라 유씨의 구강 세포를 채취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겨진 유씨의 DNA는 뜻밖에도 유씨의 또 다른 범죄를 소리 없이 말해주었다.

’유씨의 DNA는 5년 전 춘천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현장의 증거물인 마스크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는 정밀감정 결과를 통보받은 것.

유씨가 19살이던 2006년 10월25일 오후 10시10분께 춘천시 효자동 모 음식점 인근에서 귀가하던 홍모(당시 27세.여)씨를 뒤쫓아가 둔기로 위협, 성폭행하려 한 유씨의 혐의가 추가로 들통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8월30일께 편의점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혐의로 원주경찰서에 구속된 엄모(42)씨.

구속 직후 엄씨도 ‘같은 해 2~8월 사이 서울, 진주, 익산, 영주 등 전국의 절도 현장에 남겨진 DNA가 엄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판정으로 25건의 여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처럼 각종 사건 현장에서 채취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잠자고 있던 DNA가 되살아나 당시의 범행을 소리없이 진술하면서 미제사건 해결에 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5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26일 ‘DNA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1년간 범죄자 368명의 DNA를 채취해 40건의 미제사건을 해결하고 범인 25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절도가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폭력 4건, 사기 3건, 강도 1건, 기타 4건 등이다.

경찰이 DNA를 채취할 수 있는 대상자는 살인, 강간ㆍ추행, 아동ㆍ청소년 상대 성폭력, 강도, 방화, 약취ㆍ유인, 상습폭력, 조직폭력, 마약, 특수절도, 군형법상 상관 살해 등 주요 11개 범죄로 구속된 피의자다.

DNA법 시행 이후 DNA가 중요한 범인 식별자료로 부각되면서 경찰의 범죄현장 감식이나 과학수사 기법도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범행 현장에서 지문이나 족적, 혈흔 등의 증거물 채취에 주력했으나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DNA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고자 과학수사의 역량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범죄현장에서의 DNA 채취장비는 다름 아닌 ‘면봉’. 범인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곳에 증류수를 뿌리고 면봉으로 흔적을 닦아낸다.

채취한 흔적에서 검출된 DNA는 지문보다 강력한 피의자 식별자료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두 사람이 같은 DNA를 가질 확률은 10억분의 1로 지극히 낮아, 어느 정도 완전한 지문이 있어야 가능한 지문감식보다 범죄 현장에서의 범인 식별력이 탁월하다.

비록 지금 당장 범죄자를 특정해 검거하지 못하더라도 한 번 채취된 DNA는 언젠가 추가 범행 시 반드시 증거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강원청 명의철 과학수사계장은 “강.절도, 성폭행 등 재범 위험성이 큰 범죄의 범인 조기 검거와 추가 범행 예방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자료가 더 축적되면 2~3년 후에는 범인 검거와 미제사건 해결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문은 경우에 따라 피의자 식별에 난항을 겪을 수 있으나 DNA는 누가 범행 현장에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말해 준다”며 “도내 과학수사 요원이나 형사 등을 대상으로 DNA 채취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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