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피부 맞대는 ‘Concert’ 열풍 정치·사회를 춤추게 하다

[커버스토리] 피부 맞대는 ‘Concert’ 열풍 정치·사회를 춤추게 하다

입력 2011-09-17 00:00
업데이트 2011-09-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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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그냥 오지 않는다.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의 말처럼 내로라하는 거대정당들을 한낱 풀처럼 자빠뜨리고 희롱한 안풍(안철수 바람)도, 그리고 그보다 한발 앞서 ‘운명’이라는 이름의 자서전을 운명처럼 붙들고 등장한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의 신드롬도, 그냥 오지 않았다. 바람이 태어난 곳, 언제부턴가 우리 곁엔 바람을 낳는 샘이 있었다. 바로 콘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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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식의 소통방식이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지난 7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에서 열린 ‘청춘 콘서트’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콘서트’식의 소통방식이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지난 7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에서 열린 ‘청춘 콘서트’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한국 사회에 콘서트 열풍이 불고 있다. 문화계에 국한됐던 ‘콘서트’라는 소통 방식이 사회 전방위로 스며드는 모습이다. 이런 열풍은 우리 사회의 단절됐던 소통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역설적으로 짚어준다. ‘저명인사의 강연정치’로 대변되는 일방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탈출구이자 디지털 시대 문화 콘텐츠 재확산의 창구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앞세워 북 콘서트를 가졌을 때만 해도 ‘콘서트’라는 공간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낯설었다. 하지만 올봄 안철수-박경철의 ‘청춘 콘서트’가 시작되고 뒤이어 정치인들의 각종 북 콘서트가 잇따르면서 콘서트는 우리 사회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왜 콘서트가 유행인가. 콘서트는 뭐고, 강연이나 포럼과 뭐가 다른가. 한마디로 쌍방향 소통공간으로, 전문가들은 규정했다. 강연이나 포럼처럼 일방적으로 듣는 단방향 소통이 아니라 무대 위의 화자와 객석의 청자가 함께 대화를 주고받는 쌍방향(two-way) 소통이고, 이런 오프라인에서의 대화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공간에 갇힌 젊은 세대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보매체 변화가 만들어낸 소통방식의 변화’라고 했다. 김 교수는 16일 “청춘콘서트는 일정이 공고되면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청자가 몰린다. 기존 정치권이라면 개인 조직을 동원해 소통, 홍보했을 것”이라면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원 방식은 조직력이 없는 인사들에게 새로운 힘”이라고 말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콘서트에 참여하는 청중은 권위에 기대는 딱딱한 소통이 아니라 묻고 이의를 제기하고 주최자와 서로 공감하는 동등한 지위로 격상된다.”고 설명했다. 강연이나 정치인 후원회가 자기 얘기만 전달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라면 콘서트는 디지털 방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직접 피부를 맞대며 생산된 콘텐츠는 바로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돼 시공간 제약까지 넘어설 수 있다.

고 평론가는 “미국 보수층 정치세력이 티 파티(tea party)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과 한국의 콘서트 유행이 똑같다.”면서 “정치인들은 눈높이를 낮춰 유권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 정책 홍보, 후원금 모금을 위해 여는 출판 기념회도 콘서트 형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의 북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청됐던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청중들의 추임새가 있어 다소 날이 선 얘기도 웃으며 편하게 할 수 있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더라.”고 전했다.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을 느낀 사람이 등장하는 콘서트에 대중은 한층 더 열광할 수밖에 없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새로운 얼굴, 새로운 공간이 대체하기 때문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런 유행은 지역구도, 이념 대립으로 점철된 기존 정치구도의 허를 찌른다.”면서 “콘서트 열풍이나 소셜테이너(사회 참여 연예인)처럼 대중문화 코드와 정치가 한데 섞이는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는 어차피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이 강한데 최근 정치·사회 분야 콘서트에는 정확하지 않은 개념과 말만 떠다닌다.”면서 “사람들에게 결국 더 큰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어 콘서트가 자칫 학예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1-09-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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