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방화혐의 미군 ‘통금시간에 출금구역 출입’

이태원 방화혐의 미군 ‘통금시간에 출금구역 출입’

입력 2011-11-17 00:00
수정 2011-11-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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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순찰은 쇼...사실상 묵인하에 사건 일어나”

주한미군이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된 서울 이태원의 주점은 미군 출입이 전면 금지된 가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미군 장병이 강력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나오는 통행금지 등의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주한미군의 출입금지(Off-Limit:오프 리미트)구역 현황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불이 난 이태원의 주점은 모든 미군 요원(personnel)이 24시간 어떤 시간도 출입할 수 없다.

미군은 성매매 또는 인신매매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2003년 3월부터 이 주점의 출입을 금지했다.

이태원 일대에 이곳처럼 미군의 출입이 금지된 가게는 모두 40여곳이 넘는다. 미아리 성매매집결지를 비롯한 모든 성매매장소 역시 ‘오프 리미트’로 지정돼 있다.

미군은 주한미군의 안전과 건강ㆍ작전상의 고려 등을 출입제한 이유로 들면서 “해당 지역에 있거나 금지활동에 가담한 군 요원은 주한미군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불이 난 15일 새벽에도 당연히 미군 헌병이 출입을 제지하거나 순찰을 하며 소속 장병들이 있는지 살폈어야 한다. 하지만 용의자인 P일병은 출입이 금지된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주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불이 난 시각(오전 2시38분)은 미군의 야간통행이 금지된 때였다.

주한미군은 경기 동두천과 서울 마포에서 잇따라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자 한시적으로 평일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3~5시에 부대 밖 통행을 금지했다.

P일병이 ‘금지된 시간’에 ‘금지된 곳’에 머물다가 불을 지른 혐의를 받으면서 미군이 통행금지 등 재발 방지책을 여론 무마용으로 내놓고 실제 범죄를 막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지난달 야간 통행금지를 시작하면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직접 이태원을 순찰한 것은 ‘쇼’였고 오프 리미트에 대한 자체규정 역시 엉터리였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며 “이번 사건도 미군 당국이 사실상 묵인하면서 감시가 이뤄지지 않은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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