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윤곽 드러나..’이성관계+비리’남은 의혹들 산재’법조비리’ 가능성 여전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불거진 지 약 2주만에 무성했던 의혹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고 있다.사건 주인공인 이모(36·여) 전 검사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고, 친밀한 관계이면서 금품을 제공한 부장판사 출신 최모(49) 변호사도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사건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지난 5일 이모 전 검사가 서울 자택에서 체포돼 부산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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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변호사간의 이성관계에다 개인 비리가 얽혔다는 게 검찰의 기본시각이다.하지만 법조계를 뒤흔들 법조비리로 발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사건 수사를 맡은 이창재 특임검사는 8일 “사건처리의 세 단계인 의혹제기, 규명, 평가·판단 중 이제 의혹제기 단계를 지난 것 같다”면서 “아직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도 진실만을 따라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이모(40·여)씨가 자신과 가까이 지낸 부산지역의 부장판사 출신 최모(49) 변호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최 변호사가 이씨의 피소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현직 검사장급 검찰 간부 등에게 로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1천만원짜리 수표와 골프채, 명품 지갑 등을 받아갔다는 것이 진정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이 같은 진정 내용이 지난달 말 언론에 처음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뒤이어 최 변호사가 이 전 검사와 오랜 기간 가까운 관계이면서 벤츠 승용차, 아파트, 명품 핸드백 등을 제공하고 사건청탁을 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증폭되는 의혹을 규명하고자 도입된 특검팀은 이 전 검사가 실제로 작년 10~11월 최 변호사의 사건과 관련, 사법연수원 동기인 창원지검 검사에게 전화로 청탁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전 검사를 지난 7일 구속했다.
이 전 검사에게는 청탁 대가로 최 변호사의 법인카드로 항공료, 회식비 등을 결제한 700여만원과 벤츠 S350 리스비용 3천800만원 등 4천500만원을 받고, 샤넬 핸드백 구입비용 540만원을 요구한 혐의가 적용됐다.
최 변호사도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최 변호사는 지난 1월 또 다른 내연녀이자 이 사건의 진정인 이씨에게 사건 해결을 위한 검찰 간부와의 교제비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고(변호사법 위반), 자신과 절연하겠다는 이씨를 폭행하고(폭력·상해), 승용차에 감금한(감금치상) 혐의가 적용됐다.
또 채무 변제 명목으로 2억원의 아파트 전세권을 넘기고서도 이씨가 전세권을 편취했다고 무고한 혐의도 있다.
앞서 무성했던 의혹들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지만, 앞으로 규명해야 할 의혹들은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이씨에게서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간 최 변호사가 실제로 검사장급 인사 등에게 사건청탁을 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앞서 부산지검은 이씨가 건넸다는 골프채와 지갑은 최 변호사가 사용하고 있고 1천만원짜리 수표도 현금화돼 대부분 최 변호사의 사무실 경비로 입금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으나, 특검팀의 엄정한 재확인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최 변호사가 이 전 검사의 인사문제 등을 검찰 고위간부에게 청탁했다는 의혹과 부산지법 부장판사에게 상시적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건 진정인인 이씨를 둘러싼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이씨는 범죄 전력이 많은 데도 최근 두 차례 피소 사건에서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받고 거꾸로 고소인들이 검찰에 의해 무고 혐의로 내사를 받거나 기소돼 검찰의 편파·강압수사 의혹이 일고 있다.
이씨 피소 사건의 법률대리를 맡은 최 변호사가 사건을 무마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제3의 인물이 개입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검팀은 이씨가 뇌물 사건으로 복역 중인 경찰간부 출신의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09년 8월 이 경찰간부가 구속되기 전후에 이 경찰간부와도 매우 가깝게 지낸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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