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NEWS] ‘김정일 분향소’ 保·革 내부갈등 촉발

[생각나눔 NEWS] ‘김정일 분향소’ 保·革 내부갈등 촉발

입력 2011-12-27 00:00
수정 2011-12-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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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 도움” vs “상식선 넘으면 악영향”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필요하다.” vs “상식 선을 넘는 조의는 오히려 악영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위한 분향소 설치 등 조의 표현의 허용 여부와 수위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물론 분향소 설치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각 진영 내부에서도 미묘한 시각차가 표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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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충돌’
‘조문 충돌’ 한 진보단체 회원이 서울 대한문 앞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분향소를 차리려고 시도하다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보안법피해자, 대한문앞 설치 무산

국가보안법으로 입건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결성한 ‘국가보안법 피해자 모임’은 예고한 대로 26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김정일 위원장 추모를 위한 분향소 설치를 강행했다.

경찰은 이를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로 규정하고 집회 불허를 통보한 뒤 원천봉쇄, 분향소 설치는 무산됐다. 같은 장소에서 집회 신고를 낸 보수 성향의 대한민국어버이연합도 분향소 설치를 저지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쯤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학생 박모(22·여)씨와 남학생 2명이 국화꽃 한 다발과 책상, 향로 등을 들고 학생회관 1층 식당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박씨 등은 검은색 옷을 입고 김정일 위원장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책상에 올렸다. 교내 청원경찰과 직원들은 학생들과 10여분간 승강이를 벌인 뒤 분향소를 철거했다.

일각에서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남남 갈등’을 부추겼던 ‘조문 파동’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보수와 진보 진영 안에서도 이견을 드러내며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한 진보단체 인사는 “분향소 설치나 온라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일정 수위의 조의 표명을 남북관계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김정일 개인을 찬양하는 선전물의 게시나 방북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고 오히려 보안당국과의 마찰만 유발해 남북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쪽도 입장에 따라 온도차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꽁꽁 언 남북관계를 녹이기 위해 시민들의 단순한 조의 표시를 허용하고, 김정일 사망 축하 행사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국익을 위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단체의 한 관계자는 “인민을 굶기고 핍박한 독재자에게 조의를 표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분향소’ 10분만에 철거

보수·진보의 갈등과는 달리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직장인 조모(36·서울 구로동)씨는 “일정 수준의 조의를 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김정일을 과도하게 찬양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1-12-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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