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법조백수’… 우울한 수료식

10명 중 6명 ‘법조백수’… 우울한 수료식

입력 2012-01-19 00:00
수정 2012-01-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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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41기 수료

사법연수원생의 취업률이 역대 최저인 40.9%를 기록했다. 수료생 10명 중 6명꼴로 연수원 문을 나섬과 동시에 ‘백수’로 전락한 셈이다. 18일 사법연수원 41기 수료식에서 만난 연수생들은 취업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속으로는 답답해했다. 유명 로펌으로 취업이 확정된 수료생과 일자리를 찾아 지방으로 내려가는 연수생 등 출발부터 명암이 엇갈렸다.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2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만난 연수생 가운데 취업한 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사모(33)씨는 “여러 로펌을 알아봤지만 서울에서는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로스쿨생 1500명에 연수원생 1000명까지 그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가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서 변호사 사무실에 취업한 뒤 경쟁력을 갖춰서 서울로 올라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모(32)씨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체감 취업난은 훨씬 심각하다.”면서 “사법연수원 게시판에도 취업 이야기만 올라오고, 친한 연수생들끼리도 취업 이야기는 안 하는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모(29·여)씨도 “로펌에서 결혼·육아 문제 때문에 여성을 잘 안 뽑아서 더 힘들다.”면서 “사내 변호사를 알아보고 있는데 언제 취업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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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가 백수… 사법연수원생 수료식 ‘텅텅’  법조인의 취업난이 현실화됐다.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과 로스쿨 졸업생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면서 새내기 법조인들의 취업이 한층 어려워진 것이다. 18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41기 사법연수원생 수료식 빈자리가 취업 현실을 반영한 것처럼 비쳐 썰렁함을 한층 더하고 있다. 연수원생 60%가 미취업 상태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60%가 백수… 사법연수원생 수료식 ‘텅텅’
법조인의 취업난이 현실화됐다.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과 로스쿨 졸업생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면서 새내기 법조인들의 취업이 한층 어려워진 것이다. 18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41기 사법연수원생 수료식 빈자리가 취업 현실을 반영한 것처럼 비쳐 썰렁함을 한층 더하고 있다. 연수원생 60%가 미취업 상태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법무법인 취업자 약 33% 줄어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연수생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모(24·여)씨는 “연수원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았다.”면서 “법원으로 가게 돼 다행이지만, 다른 연수생들은 로스쿨 때문인지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생 취업률은 해마다 낮아져 2008년 64.0%, 2009년 55.9%, 2010년 55.6%를 기록했다. 40%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체 수료생 1030명 중 군 입대자 176명을 제외한 실제 취업대상자 854명 중 취업이 확정된 연수생은 349명이다. 올해 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이 처음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에서 유명 로스쿨 졸업생들을 입도선매 방식으로 뽑아놨고, 그래서인지 지난해 법무법인에 150명이 취업했지만 올해는 98명에 불과했다.

법관으로는 87명이 지원해 거의 임용될 것으로 보인다. 41기는 변호사 경력 없이 법관으로 곧바로 임용되는 마지막 기수다. 검사는 현재 임용을 위한 면접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로스쿨 졸업생을 고려할 때 몇 명이 선발될지 불투명하다. 연수원 측에서는 50명으로 추산해 취업률에 반영했다.

●최영씨 성적 상위 5%

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최영(왼쪽·32)씨도 이날 수료했다. 최씨는 “연수원장님과 교수님, 직원, 동료들이 많이 돕고 격려해 준 덕분에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다.”면서 “사회에 나가서 현명하고 성실한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법관을 지원했으며 성적이 전체 연수생 상위 5%여서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로 임용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수석을 차지한 허문희(오른쪽·27·여)씨가 대법원장상을 받았다. 민형기 헌법재판관의 아들 경서씨, 신영철 대법관의 아들 동일씨,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인 최병국 의원의 아들 건씨 등 법조인 자녀 5명도 이번에 수료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2-01-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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