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회사와 종속관계서 근로 제공” 비정규직 51명 8억여원 승소 판결
한국전력과 위탁계약한 검침원도 근로자로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인 근무형태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이건배)는 한전의 검침원과 고지서 송달원, 단전원 등 위탁원 51명이 한전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무기간에 따라 1인당 400만~5400만원씩 모두 8억 3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14년이 넘게 한전의 위탁원으로 근무하면서 징수 및 계량기 검침업무 등을 해왔다. 그러다가 계약이 종료돼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퇴직금을 청구했지만 사측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일 뿐이다.’면서 거절했다. 위탁원들이 ‘보험설계사’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로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지휘·감독’ 유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위탁원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6시에 퇴근했고, 매월 1차례 열리는 정기조회에도 참석했다. 검침원, 고지서 송달원, 단전원 모두 정규직 업무와 다를 것이 없었다. 정규직과 구분 없이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사내 교육도 모두 받았다.
재판부는 “위탁원들의 구체적인 업무 수행형태를 보면 어느 정도 자율성이 보장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침·송달·단전업무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출퇴근 시간에 구속성이 있었고, 사무실로 출근해야 했던 점 등을 볼 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탁원들이 기본급 없이 일정 비율의 금액만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체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이상 임금으로서 성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평균급여와 근속연수를 고려해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2-01-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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