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권력욕에 비례?

키는 권력욕에 비례?

입력 2012-01-26 00:00
수정 2012-01-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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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욕 강할수록 키 크다고 믿어” 워싱턴대 연구팀 실험통해 입증

칭기즈칸, 나폴레옹, 무솔리니, 스탈린 등 영웅·정복자·독재자로 한 시대를 호령했던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170㎝를 넘지 않는 상대적 단신이었다는 점이다. 나폴레옹은 160㎝를 겨우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대중을 압도했고, 이 때문에 단신은 한계가 아니라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소재로 활용됐다. 그렇다면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과연 키와 권력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일까. 최근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키가 권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상대적 키를 결정한다는 점이 속설과 다를 뿐이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최근 발간된 국제 학술지 ‘심리과학 저널’ 1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험에 참여한 미셸 두기드 워싱턴대 교수는 “키는 흔히 권력이나 힘을 나타내는 메타포(은유)로 사용된다.”면서 “사람들의 이 같은 고정관념과 욕구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를 살핀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세 가지 실험을 통해 권력과 키에 대한 인식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을 자신이 남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그룹과 남에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에게 자신의 키보다 무려 50㎝나 더 긴 막대기를 제시하자 스스로 영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막대기가 자신의 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아바타를 움직이는 ‘세컨드라이프’ 게임의 캐릭터 중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한 캐릭터를 선택하게 하자 자신의 영향력을 믿는 사람일수록 키가 큰 아바타를 골랐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을 두 명씩 짝지어 한 명이 다른 사람을 관리·감독하고, 다른 사람은 그 밑에서 일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어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의 키를 물었더니 자신의 키를 부풀리는 사람이 관리자 그룹에 월등히 많았다.

두기드 교수는 이에 대해 “심리적인 경험이나 상태가 자신에 대한 인식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01-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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