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女교수, 2년전 조작 조용히 넘어갔더니

서울대 女교수, 2년전 조작 조용히 넘어갔더니

입력 2012-06-01 00:00
수정 2012-06-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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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학자들의 이면을 보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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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 사회부 기자
박건형 사회부 기자
강수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논문조작 의혹을 처음 접한 지난 주, 강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수”라고 말했다. 동료 교수도 “제보가 음해인 것 같다.”고 단언했다. 지난 몇 년간 수많은 논문을 둘러싼 논란을 봤다. 항상 당사자들은 “실수”, “오해”라고 항변했다. 결론적으로 실수는 가끔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오해는 없었다.

하지만 표절이나 조작의 대가로 심각한 불이익을 받은 사례는 극히 일부였다. 논문 논란이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논문 감시사이트 ‘리트렉션 와치’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한국인이 관련된 주요 논문조작 사건은 10건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139건, 독일은 42건, 일본은 39건이다. 문제는 선진국에서는 단 한건의 논문 표절이나 조작으로도 퇴출이 일반적인 반면 한국은 관대하다는 점이다. 강 교수가 2년 전에 이미 논문조작으로 경고처분을 받은 사실을 옆방 교수조차 몰랐다. 학교는 ‘실수’라는 해명을 믿어준 뒤 쉬쉬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대가 ‘일벌백계’의 본보기를 보였다면 이번 사건이 일어났을까. 더욱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강 교수 주변 교수들의 태도다. 강 교수의 결백을 주장하던 교수는 불과 하루 만에 “강 교수 개인적인 일이며, 나는 모른다.”라고 말을 바꿨다. 70장의 제보파일을 “밤새 살펴봤다.”며 음해라고 확신하던 국내 최고의 줄기세포 전문가의 변명치고는 너무 옹색하다. 소위 줄기세포 업계의 석학들은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는 “다른 교수들은 모르겠고, 나는 아니다. 거론하지 마라.”며 윽박지르는 형국이다. 해당 논문들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보란 듯이 성과로 올려놓고는 말이다. 한 교수는 “국가적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키우려는 지금 이런 기사는 국익에 저해되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을 위해서도 자신만은 반드시 살아야 한다.”며 아우성치는 꼴이다. 자신들이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는 황우석 전 교수의 언행과 너무나 닮았다. 강 교수 사건의 책임은 이제 서울대에 넘어갔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학자들은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연구의 뒷면을 너무 드러냈다.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다.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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