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왜 그랬던거죠?”…오원춘 “기억 안난다”

판사 “왜 그랬던거죠?”…오원춘 “기억 안난다”

입력 2012-06-01 00:00
수정 2012-06-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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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습니다.”

1일 오전 10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제11형사부(이동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원춘 결심 공판에서 오 씨는 재판부의 심문에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과 판사의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도 “기억 안 난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피고인 심문 과정에서 이동훈 부장판사 등 재판부는 오 씨가 시신을 훼손한 이유 등을 집중 추궁했다.

재판부가 “집 안에 절단기와 톱이 있었음에도 시신을 토막내는 대신 살점을 훼손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오 씨는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얼버무렸다.

이어 “시신을 처리해 유기하는 게 목적이면 손쉽게 유기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시신 훼손 단계를 거쳤나”는 질문에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다.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라며 고개를 떨궜다.

재판부가 “살인과 사체 유기는 중대 범죄인데 거짓말로 죄를 덜기 위해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다른 의미가 있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거냐”고 오 씨를 다그쳤지만 “그런 생각은 못 해봤다”며 짧게 답변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오 씨는 칼을 갈면서까지 시신을 훼손하고 그 과정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음란 사진을 보는 등 그 당시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으며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인간의 고귀한 존엄성을 짓밟는 범죄 행위에 대해 법의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오 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의 남동생은 “법의 힘으로, 국가의 힘으로 최대한 피고인을 고통스럽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오원춘은 최후 진술에서 “제가 큰 죄를 지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오 씨가 최후 진술을 하는 동안 방청객 강모(22)씨가 “반성할 줄 모르는 놈”이라고 소리치며 오 씨 쪽으로 달려들어 재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오원춘에 대한 선고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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