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족 사망자 매년 급증…부상자도 3년만에 72%↑
2일 오후 서울 관악구와 경기 과천시에 걸쳐 있는 관악산 연주대 코스 중턱. 하산객 중에 술을 마셔 얼굴이 뻘건 등산객이 적지 않았다. 술냄새를 풍기는 50대 남성은 결국 비틀거리다 미끄러져 넘어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지난 2일 서울 관악산 연주대(629m) 코스 9부능선인 ‘제3깔딱고개’에서 이동상인들이 업소용 냉장고에 막걸리와 맥주 등을 넣어두고 판매하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6/03/SSI_20120603183539.jpg)
![지난 2일 서울 관악산 연주대(629m) 코스 9부능선인 ‘제3깔딱고개’에서 이동상인들이 업소용 냉장고에 막걸리와 맥주 등을 넣어두고 판매하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6/03/SSI_20120603183539.jpg)
지난 2일 서울 관악산 연주대(629m) 코스 9부능선인 ‘제3깔딱고개’에서 이동상인들이 업소용 냉장고에 막걸리와 맥주 등을 넣어두고 판매하고 있다.
제3깔딱고개와 연주대 사이 9부 능선에선 이동상인들이 막걸리와 맥주를 팔고 있었다. 한 병당 6000원. 아예 냉장고를 갖다 놓았다. 오후 2시를 살짝 넘은 시간이었지만 막걸리 빈병이 쓰레기 자루에 가득 차 있을 만큼 술을 찾는 등산객이 많았다. 정상 주변에선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몸을 못 가누는 등산객이 한둘이 아니었다.
관악산 실족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행정 당국과 소방 당국은 관악산에서 무허가 이동상인들이 판매하는 ‘정상주(酒)’ 탓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3일 서울소방재난본부의 ‘관악산 산악사고 현황’에 따르면 실족 사망자 수는 2007년 1명, 2008년 2명, 2009년 5명, 2010년 6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수 역시 2007년 143명에서 2010년 246명으로 3년 만에 72%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인근 산악사고를 신고받고 현장에 나가면 술을 마시고 다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술 때문에 부상도 더 심하다.”고 말했다. 또 “보호장구도 하나 없는 상태로 사고를 당하는 음주 산행은 음주운전보다 훨씬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10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0일 같은 장소에서 한 상인이 등산객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6/03/SSI_20120603183604.jpg)
![10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0일 같은 장소에서 한 상인이 등산객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6/03/SSI_20120603183604.jpg)
10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0일 같은 장소에서 한 상인이 등산객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다.
그러나 관악구청과 과천시는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담당 구역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단속은 매일 한다.”고 말했지만 산 정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이 관계자는 “산에 냉장고가 있을 리가 없죠. 거기까지 전기를 끌어다 쓸 수가 없는데.”라고 말했다. 또 “연주대 쪽은 과천시 관할”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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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에서 술을 판매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곳은 세무서뿐이다. 술장사들이 정식으로 영업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탈세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무서의 협조 또한 쉽지 않다. 과천시 관계자는 “술을 주로 판매하는 주말은 공무원들이 일하지 않는 휴일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글 사진 이영준·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2012-06-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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