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가뭄피해 현장
마을 인심이 이렇게까지 팍팍해진 것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뭄 때문.
조 씨는 “지금 물을 충분히 대지 않으면 애써 심어놓은 모가 다 말라버리니까 다들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 지역 논은 빗물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 천수답. 관개시설이라곤 마을에 파놓은 대형관정 하나가 고작이다. 최근 관정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마을 인심도 덩달아 흉흉해졌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는 심은 지 20여 일 남짓 된 모들이 처음 심은 상태 그대로 노랗게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지금쯤 한 뼘은 자라있어야 되는데...”라며 가슴을 치던 김재언(53) 씨는 “와서 봐봤자 속상하니까 그냥 안 와”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예 모내기를 포기한 마른 논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나긴 가뭄이 이어지면서 이 지역 특산물인 표고버섯 생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버섯 종균을 접종하는 원목은 수분을 머금지 못하고 바싹 말라있었다. 김 씨는 “이래서야 버섯 종균이 제대로 자리나 잡을지 모르겠다”며 “콩이나 고구마 등 다른 밭작물이라도 심으려고 해도 밭에 물기가 없다보니 농기계가 들어가면 먼지만 풀풀 날린다”고 털어놨다.
지자체가 긴급자금을 투입하고 유명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졌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주민 김 모(56) 씨는 “피부에 와 닿는 건 없다”며 “인근 금강 물을 끌어오는 시설을 해달라고 몇 년 전부터 요청했는데 투자가치가 없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가뭄 터지니까 우물 몇 개 파는 것이 고작”이라고 꼬집었다.
한 농민은 “어차피 평야나 대규모 농경지가 우선순위니까 우리 지역은 아무것도 없지 뭐…”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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