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m씩 커지는 ‘공포의 웅덩이’…주민 불안

매일 1m씩 커지는 ‘공포의 웅덩이’…주민 불안

입력 2012-09-19 00:00
수정 2012-09-1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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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한가운데 지름 10m, 깊이 20m 규모2007년 지반 침하 시작…예견된 사고에 ‘뒷북 대응’

“우르르 쾅쾅. 철퍼덕 풍덩”

지난 18일 오후 충북 청원군 가덕면의 한 마을. 논 한가운데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뻥 뚫렸다. 지름 약 10m, 깊이 20m의 거대한 웅덩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황당한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13일이다. 마을 주민인 나영예(70ㆍ여)씨가 이날 논에 나갔다가 지름 6m의 구멍을 발견했다.

나씨는 “평소처럼 일하러 논으로 갔는데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렸다”며 “가까이 가보니 논바닥이 푹 꺼져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웅덩이는 요즘도 매일 1m가량 커지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 마을에서 땅이 무너져 내린 건 이번이 세 번째이다.

2007년에도 나씨의 논 일부가 갑자기 꺼지면서 지름 5m가량의 웅덩이가 생겼다. 당시 중부 광산보안사무소에서 웅덩이에 흙을 채워넣어 복구했다.

중부 광산보안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농경지 일대가 석회암 지대여서 자연적으로 땅 아래 작은 동굴이 생겼다”며 “빗물에 지반이 약해져 농경지가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연재해로 난 사고로 규정되면서 주민들에게는 피해 보상조차 없었다.

2년 전에는 이 마을 금곡 저수지의 농업용수 2∼3t이 갈라진 바닥 틈새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이 물은 인근 광산 갱도로 흘러들어 석회암 성분인 이 일대 지반 침하를 가속화시켰다.

도의 한 관계자는 “광산에서 저수지 쪽으로 채굴작업을 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며 “중부 광산보안사무소에서 채굴 중단 지시를 내렸고, 청원군은 작업 허가를 연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업법에 따르면 이 광산은 현재 폐광 신고가 안돼 피해보상 책임이 광산업자에게 있다.

그러나 광산업자는 2010년 이후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두 번의 지반 침하 사고를 겪고도 변변한 피해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

이 마을 이장 오충세(48)씨는 “이시종 도지사가 최근 현장을 방문,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푸념했다.

오씨는 “첫 번째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조사해 대책만 세웠어도 나머지 두 번의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광산 작업이 중단되면서 물막음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금곡 저수지에 있던 물이 흘러들어 갱도를 가득 채웠다.

이 일대 농경지 아래로 갱도가 지나가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오씨는 “뒤늦게 긴급 광해방지사업을 추진한다면서 침하된 농경지에 또 흙으로 메우는 미봉책만 내놓더라”며 “농경지를 매입하거나 갱도를 흙으로 단단히 채워 땅을 튼튼하게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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