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겨레말큰사전’사업 안갯속…3년째 중단

남북 ‘겨레말큰사전’사업 안갯속…3년째 중단

입력 2012-10-08 00:00
수정 2012-10-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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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 이후 2년반 넘게 남북 접촉 못해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이 중단된 지 3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안갯속에 싸여 있다.

법이 규정한 사업지원 기한이 1년 반정도 밖에 남지 않아 사업 중단을 막기 위해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말과 글은 시대 변화상에 따라 함께 변하는 만큼 사전 완성 이후에도 등록된 어휘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설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천암함 사태로 중단…기약없어 = 2005년부터 매년 분기별로 열리던 남북 겨레말큰사전 집필회의는 2009년 12월 중국 선양회의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남북 간 대표적인 비정치 분야 교류사업인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2007년 4월 국회를 통과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북측 사업비 지원 중단과 방북 제한 등으로 회의가 종종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사업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면서 사전 편찬을 담당하는 실무진의 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작년 11월엔 통일부가 편찬사업 실무진의 남북교류를 승인하면서 잠시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곧바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남측은 북한과의 교류가 재개되면 작업을 이어갈 수 있게 남한 어휘만이라도 정리 중이지만 협의 과정이 없는 한 ‘반쪽’ 사업에 불과하다.

현재 편찬 공정률은 약 60% 정도로 2년 전 수준이다.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관계자는 8일 “일정대로라면 매년 8만여 개의 어휘 원고에 대해 남북이 합의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개정 시급…상시 관리기구도 필요” =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돌발상황이 많은 남북관계를 고려한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

관련 법에 명시된 사업 지원기한을 연장하는 일이 우선이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에 규정된 편찬 사업 지원기한은 2014년 4월이다. 지금 당장 사업이 재개된다 해도 기한 내 사전 발간은 불가능하다.

사업회의 한용운 편찬실장은 “남북 교류가 중단된 지난 3년간 북측이 손을 놓고 있었다면 사전 완료 시점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주어진 시간의 절반을 정치적 상황으로 허비한 만큼 지원기간도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사전 완성 이후에도 남북교류를 지속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남북 모두 한글을 기념하는 날이 있지만, 남한은 한글을 반포한 10월9일을, 북한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1월15일을 기념한다”며 “남북이 반세기 이상 교류 없이 지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교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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