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전유물?”…아파트 관리소장 여성이 ‘대세’

“남성 전유물?”…아파트 관리소장 여성이 ‘대세’

입력 2012-10-23 00:00
수정 2012-10-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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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하듯 꼼꼼한 관리…대화·소통으로 분쟁 사라져‘여성’ 꺼렸던 입주민들 “가족처럼 대한다” 만족

“집안 살림하듯 아파트 단지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건 확실히 남성 소장보다 나은 것 같아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이 주류를 이루던 ‘관리소장’ 자리에 ‘아줌마 군단’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23일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관리소장은 전국적으로 2만6천40명, 이 가운데 여성은 4천770명으로 집계됐다. 여성 소장 비율이 18%에 달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여자 소장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보수 성향이 강한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1992년 단 한 명에 불과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 56명으로 늘었다.

집안 살림하듯 세심하게 아파트를 관리하고, 주민과 활발한 소통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하면서 오히려 여성이 관리소장으로 제격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성 소장’을 낯설어하던 과거와 달리 입주자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충북 최초의 여자 소장인 김은자(49·여)씨는 “주택관리사 자격증 시험이 활성화하면서 30~50대 여성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자격증이 있더라도 면접 보러 가면 경리직을 권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러나 막상 함께 일해보면 ‘아줌마’ 소장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는 규모가 큰 집안일과 같기 때문에 매사 차분하게 챙기는 성향이 큰 여성이 더 나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하루에도 10건가량 민원이 들어오는데, 온수가 안 나온다거나 하수구가 막혔다는 등 대부분 가족이 엄마한테 부탁하는 것 같은 민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족 대하듯 민원을 받아주고, 살림하듯 빈틈없이 살피고 해결하니까 ‘여성’이라며 꺼리던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고 전했다.

주민 정기혁(81)씨는 “아파트에 100여 명의 노인이 계신 데 김 소장이 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싹싹하게 일 잘하고, 뭐든 투명하게 처리하니까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정씨는 “화가 잔뜩 나서 온 사람도 김 소장하고 ‘티타임’만 갖고 나면 웃으며 돌아간다”며 “우리 아파트는 다툴 일이 없다”고 자랑했다.

청주시 삼호아파트 254가구를 관리하는 조해순(39·여)소장은 ‘아파트 공동체’에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롤 모델’로 꼽힌다.

조 소장은 이 아파트 주민 모두가 ‘탄소 포인트제’에 가입하게 한 1등 공신이다.

그는 “초등학생인 아들이 ‘빗물 받아 재활용하기’ 방학숙제를 하는 것을 보고 에너지 절약이 결코 어려운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며 “모든 세대를 일일이 방문하면서 탄소 포인트제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전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30분씩 ‘소등행사’를 하고, 금요일마다 승강기를 격층제로 운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주민 동의를 얻어 실행에 옮긴 이도 조 소장이다.

이 아파트는 조 소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빗물은 2천ℓ짜리 탱크에 보관했다가 공용 화장실에서 재활용하고, 계절마다 배추나 고추 같은 농작물을 직접 수확해 먹는 텃밭도 가꾸고 있다.

불편하긴 하지만 도심 아파트 속에서 ‘녹색의 삶’을 접하게 된 주민들은 조 소장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주민 박복용(86·여)씨는 “어찌나 아기자기한 일들을 잘 해내는지 조 소장 덕분에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가 됐다”며 “이건 아줌마가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 아니겠냐”라며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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