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소방관 수색 5시간의 사투…결국 수포로

실종 소방관 수색 5시간의 사투…결국 수포로

입력 2012-11-04 00:00
수정 2012-11-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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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 300명 투입했으나 싸늘한 시신 앞 ‘허탈’

“저희 동료를 저희 손으로 끌어내 와야 하는 그런 상황이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인천 부평소방서 갈산안전센터 고(故) 김영수 소방경을 순식간에 화마에 뺏긴 동료 소방관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김 소방경은 지난 2일 인천의 한 물류창고 화재현장에서 잔불 정리와 최종 인명수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가 출구를 찾지 못해 결국 연기에 질식, 순직했다.

김 소방경이 화재현장에서 실종됐다는 첫 보고가 접수된 2일 오후 9시18분, 부평소방서는 즉각 대대적인 수색작업에 착수했다.

계양, 서부, 남동소방서 등 인접 소방서 구조대와 특수구조단 구조대까지 30분 만에 수색 구조인원은 300여 명으로 증원됐고 지하의 연기를 빼기 위한 배연차 7대가 추가로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3인 1조로 편성돼 실종 추정 장소인 지하 2층에 집중 투입됐다.

대원들은 50분가량 사용 가능한 산소통이 바닥나면 밖으로 나와 산소통을 바꿔 메고 다시 지하로 향했다. 1분이라도 더 빨리 김 소방경을 찾기 위한 필사의 수색작업은 대원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축구장보다도 넓은 9천68㎡ 면적의 지하 2층에서 김 소방경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연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고 음식물 포장재·인테리어 소품 등 적재물품들은 미로처럼 쌓여 있어 수색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김 소방경이 발견된 것은 수색작업이 시작된 지 5시간여가 3일 오전 2시52분, 지하 1층 연결 계단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였다.

그러나 24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인 김 소방경은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소방당국은 김 소방경이 지하 2층에서 유독가스와 연기 때문에 출구를 찾지 못해 고립된 탓에 순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창고 화재 진화작업 초기만 해도 이런 비극을 예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 소방경을 비롯한 갈산출동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지 불과 13분 만인 2일 오후 9시32분 불길이 완전히 잡혔기 때문이다.

일부 소방대원들은 김 소방경의 실종 사실이 뒤늦게 파악된 데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인 1조로 현장에 투입되는 근무 특성상 동료 대원이 일정 시간 보이지 않으면 곧바로 조치를 취했더라면 조금 더 빨리 김 소방경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천 모 소방서의 한 대원은 “이런 형태의 순직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다른 동료도 모두 의아해 했다”며 “현장에 투입되면 무전으로 지휘팀과 교신을 하는데 화재현장이 지하 2층이어서 아마 교신에 장애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의 지하층 화재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지하의 경우 진입시 방향 감각을 잃을 가능성이 커 진입경로에 로프나 라이트라인(Light line)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또 항상 2인1조로 팀을 지어서 활동해야 하며 지속적인 연락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평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이번 화재현장은 축구장보다 클 정도로 넓었고 연기까지 자욱해 김 소방경의 실종 사실을 즉각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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