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다치고’ 토종여우 복원사업 난관

’죽고 다치고’ 토종여우 복원사업 난관

입력 2012-11-22 00:00
수정 2012-11-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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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산 넘고 계곡 건너 10㎞ 이동 ‘의문’

종(種) 복원을 위해 소백산 자락에 풀어놓은 토종여우 한 쌍이 방사한 지 한 달도 안돼 모두 죽거나 다치는 등 복원사업이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 다친 여우는 하룻밤 사이에 평소 행동권을 크게 벗어난 10㎞가량을 이동하면서 산과 계곡을 넘은 것으로 추정돼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덫에 걸려 부상한 수컷 여우에게서 수신음이 오지 않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일 오후 5시께다.

이 여우가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낸 장소는 경북 영주시 단산면으로 애초 방사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수컷 여우는 지난달 6일 민가 아궁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암컷과 달리 줄곧 방사지로부터 반경 1㎞ 안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됐었다.

공단은 여우가 굴이나 골짜기 안에 깊숙이 들어가는 바람에 신호가 끊긴 것으로 추정하고 밤새 소백산 능선 주위를 돌며 여우의 행방을 쫓았다.

하지만 이튿날인 21일 오전 6시께 여우가 다시 신호를 보내온 곳은 방사지에서 직선거리로 10㎞가량 떨어진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의 야산이었다.

공단이 의구심을 갖는 부분은 이 여우가 소백산에서 20여일 동안 생활해온 권역을 크게 벗어났을뿐만 아니라 두 지점 중간에는 높이 1천m가 넘는 봉우리와 계곡도 있다는 점이다.

공단은 여우가 높은 산봉우리를 넘는 도중에 신호가 끊긴 것으로 추정만 할뿐 갑자기 왜 하룻밤에 10㎞ 이상 이동했는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먹이를 찾기 위해서 움직였거나 경쟁종에 쫓겨 먼 거리를 이동했을 수 있다”며 “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안정적으로 생활하다가도 멀리 이동했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한 살도 안된 어린 여우를 ‘사지’로 내몰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저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복원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방사시기와 개체 선정 모두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방사했다가 죽거나 다친 여우들은 지난 4월 태어난 개체들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먹이가 부족한 겨울을 앞둔 10월말에 느닷없이 방사하는 바람에 여우가 적응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며 “여우 복원에 대해 좀더 연구를 하고 체계적으로 준비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단은 어릴수록 야생성을 되살리기 수월하고 봄에 태어나 겨울을 앞두고 어미 품에서 떠나는 여우의 특성을 고려해 방사시기 등을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공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봄과 가을에 방사한 여우의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개체가 죽거나 다치는 것은 여우의 서식지를 어떻게 개선하고 관리할지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친 여우는 현재 경북 영주의 동물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공단은 여우의 몸 상태를 점검한 뒤 좀더 치료가 필요하면 전남 구례에 있는 종복원기술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공단은 내년 봄께 추가로 방사하려고 지난달 중국에서 들여온 여우 10마리를 대상으로 야생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에 다친 여우는 일정 기간 안정을 취하도록 한 뒤 올 겨울 다시 소백산에 풀어놓거나 내년에 다른 개체들과 함께 방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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