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덕담, 이렇게 달랐다

조선시대 덕담, 이렇게 달랐다

입력 2013-01-01 00:00
수정 2013-01-0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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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바람 실현된 듯 “쾌차하셔서 다행입니다”, 명령형 “복 받으세요” 없던 말 “복 많이 받으시니 축하해요”

“아주머님(고모님)께서 새해는 숙병(宿病)이 다 쾌차(快差)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

조선 제19대 왕 숙종(1661~1720)이 고모 숙휘공주(1642~1696)에게 보낸 새해 덕담 편지다. 숙종은 고모의 오랜 병이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마치 병이 다 나은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덕담을 했다.

숙종이 고모 숙휘공주에게 보낸 한글 새해 덕담 편지. 계명대학교 제공
숙종이 고모 숙휘공주에게 보낸 한글 새해 덕담 편지.
계명대학교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은 “조선 시대 신년 덕담에서 특이한 것은 바라는 바를 확정된 사실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라고 31일 소개했다.

요즘 흔히 쓰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신다 하니 축하합니다”라고 말하고, “새해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길 바랍니다”는 “새해에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신다니 축하드립니다”라는 식이다. 한중연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든지 , ‘부자 되세요’와 같은 명령형 인사말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전통적인 조선에서는 잘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종의 비이자 숙종의 어머니인 명성왕후(1642~83)도 딸 명안공주(1667~87)에게 “새해부터는 무병장수하고 재채기 한 번도 아니하고 푸르던 것도 없고 숨도 무궁히 평안하여 달음질하고 날래게 뛰어다니며 잘 지낸다 하니 헤아릴 수 없이 치하한다”고 완료형으로 표현했다. 숙종은 동생 명안공주를 몹시 아껴 공주의 거처인 명안궁을 전례가 없는 1826칸의 대규모로 지어주었지만, 공주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1618~74)가 딸 숙휘공주에게 보낸 덕담도 멋지다. “새해맞이는 네가 괴로이 앓던 병을 다 떨쳐 버리니, 기운이 강건하여 무병하고, 인상이와 태상이 등은 이마에 마마 반점이 돋아 붉은 팥 한 쌍을 그린 듯이 마마(천연두)를 잘 치르고, 80세까지 산다고 하니 사람에게 기쁘기는 이밖에 더한 일이 없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으리”라고 새해 덕담을 건넸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2013-01-0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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