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맞고 욕 듣는 교사들…누구의 잘못인가?

얻어맞고 욕 듣는 교사들…누구의 잘못인가?

입력 2013-03-19 00:00
업데이트 2013-03-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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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스승의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19일 경남 창원서부경찰서가 아들 체벌에 불만을 품고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를 폭행한 혐의로 학부모 1명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교사가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얻어맞거나 욕설을 듣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3월 신학기 초에 발표한 ‘2012년 교권 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행위는 총 335건.

이 가운데 학생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 등 행위가 158건으로 42.7%를 차지했다.

2011년 115건에 비해 37.4%나 늘었다.

경남교육청 자체 집계에서도 2011~2012년 사이 교사가 학생, 학부모에게서 욕설이나 폭행을 당한 사례가 274건이나 됐다.

창원시 진해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지난해 6월 인성부장을 맡은 여교사가 학생지도에 불만을 품고 학교로 찾아온 1학년생 부모한테서 다짜고짜 빰을 한 대 맞았다.

진주시내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해 6월 금품을 갈취해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받던 학생이 회초리로 엉덩이를 한 대 맞자 곧바로 일어나 교사의 얼굴과 가슴을 3차례 때렸다.

창녕군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지난해 6월 수업태도가 나쁘다고 꾸중을 듣던 초등생이 과학전담 교사의 얼굴을 때렸다.

2011년 6월에는 창원시내 한 중학교에서 인성부장 교사가 담을 넘다가 붙잡힌 학생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압수당하면 거칠게 항의하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교사들은 밝혔다.

피해 교사들은 대부분 육체·정신 충격을 받아 병가를 내는 등 한동안 교단에 서질 못했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교사로서의 권위, 자신감을 잃어버려 교직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학생지도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동료 교사가 폭행을 당한 것을 목격한 한 교사는 “내가 맞은 것도 아닌데 그때 일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학생지도 업무가 많은 담임을 웬만하면 안 맡고 싶고 꾸중이 필요한 때도 ‘하면 뭐하나?’는 생각에 모른 채 넘긴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교사는 “내가 어릴 때는 선생님한테 대든다는 건 꿈에도 생각도 못 했다”며 “요즘 애들은 덩치도 크고 선생님 알기를 우습게 안다”고 덧붙였다.

교권침해 행위가 매년 느는 추세지만 원인을 놓고는 교육단체의 입장이 상반된다.

교총은 일부 시·도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등 학생 인권를 지나치게 강조, 교사들이 지도수단을 상실하면서 교권이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허철 경남교총 교직부장은 “학생 인권 못지않게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권리도 법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며 “교권보호법을 제정, 학생인권과 교권 사이의 불균형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전교조는 교사들의 권위 추락과 억압하는 학교 문화, 교사들의 비교육적 행위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 대변인은 “교권침해를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으로 다 돌릴 수는 없다”며 “교권 강화보다는 학교 구성원 전체의 권리를 존중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측은 교권침해 행위가 늘면 늘수록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는 견해을 같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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