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잔혹한’ 살인미수범 징역 30년 ‘역대 최고형’ 선고

‘너무 잔혹한’ 살인미수범 징역 30년 ‘역대 최고형’ 선고

입력 2015-01-19 13:18
수정 2015-01-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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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16시간 수술로 목숨 건져, 한쪽 실명·신체훼손 큰 상처

내연녀를 잔혹하게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30대 피고인에게 법원이 역대 최고형인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안성준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36)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게 15년 간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접근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기 때문에 형량 감경 사유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인간의 상상 범위를 넘는 극악한 범죄’라는 이유로 살인죄 이상의 책임을 물었다.

살인미수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까지로 피해가 크지 않고 합의가 이뤄졌을 때는 법원이 징역 2년 6개월까지 감형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도 있다. 흉악범이라고 하더라도 징역 10년 이상 선고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특히 피해자가 1명인 살인미수 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김씨의 범행이 잔혹했다는 뜻으로, 재판부는 ‘기록을 검색한 결과 가장 높은 형량’이라며 잔혹한 범죄에 대한 ‘법의 응징’이라는 점을 이례적으로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8일 오전 5시 30분께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 있는 내연녀 A(30)씨의 집에서 흉기로 자신의 배에 상처를 내 A씨를 위협했다.

김씨는 또 알몸 상태인 A씨를 복도로 끌고나가 손으로 이빨 1개를 뽑고 재차 옥상 입구까지 끌고가며 흉기로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등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잔혹 행위를 계속했다.

이 때문에 A씨가 많은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환각상태였던 김씨는 “살려달라”고 외치며 복도 창문 밖으로 투신하려는 소동을 벌이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전날 오후 10시께부터 무려 4차례나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였다.

A씨는 의식을 잃은 지 1시간 만에 발견돼 병원에서 1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겨우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한쪽 눈을 잃었고 두개골 일부를 드러낸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씨는 이 범행 전에도 A씨의 집 도시가스 밸브를 파손, 다량의 가스를 누출시키는 바람에 당시 아파트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씨는 A씨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해 자주 말다툼했지만 이날 범행은 환각상태에서 이뤄져 정확한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의 흉포성, 잔인성, 집요함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극악하다”면서 “피해자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가장 낮은 곳까지 떨어뜨린 반인륜적 범행”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번 사건의 반가치성은 통상 중형이 선고되는 살인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 일반적인 살인미수죄보다 훨씬 중한 형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면 감형 사유로 고려하는 데 재판부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법원은 문화인류사회에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이 같은 범행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책무를 국가와 사회로부터 요구받아 적정한 형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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