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인 범인 꼭 잡아주세요”…조선족 유학생의 ‘통한’

“엄마 죽인 범인 꼭 잡아주세요”…조선족 유학생의 ‘통한’

입력 2016-05-10 11:16
업데이트 2016-05-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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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학 온 딸 뒷바라지 중 피살…40대 용의자 구속

“엄마를 죽인 범인을 꼭 잡아 주세요.”

중국 지린성에 어머니의 유골을 안치하려고 지난 1일 공항을 향하기 전 A(21)씨는 경찰의 손을 꼭 붙잡고 이렇게 간청했다. A씨의 어머니인 B(47ㆍ여ㆍ중국국적)씨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숙박업소 객실에서 옷이 벗겨지고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중국 지린성에서 살던 B씨는 약 2년 전인 2014년 한국에 왔다. 조선족인 B씨가 연고도 없는 한국에 온 것은 바로 딸인 A씨 뒷바라지 때문이었다.

똑똑했던 딸은 한해 전 서울의 한 대학에 유학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넉넉지 못한 형편에 딸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간 대부분을 아르바이트하는데 보내야 했다. 이런 딸이 안쓰러웠던 B씨는 한국으로 건너와 다방과 식당 등지에서 일하며 딸의 뒷바라지를 했다.

“대학교 기숙사 생활 때문에 엄마와 떨어져 살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A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용의자는 금방 좁혀졌다. 해당 객실에 장기투숙했던 윤모(47)씨였다. B씨가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도 윤씨였다.

윤씨는 집도, 직업도 없는 ‘무적자’였다. 하지만 그는 ‘무적자’로서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을 끌며 잠적해버리면 자신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윤씨는 현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B씨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등 신분을 확인할만한 단서를 챙겼다.

객실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려고 TV를 틀어놓고 도주한 윤씨의 계획대로 시신은 범행 후 약 3일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윤씨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피하려고 유심칩을 빼버리고, 신용카드 등 자신과 관련된 어떤 전자 기록도 남기지 않으며 의정부에서 경기도 구리로, 충남 아산을 거쳐 고향인 전북 정읍으로 갔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추적을 통해 정읍까지 윤씨의 행적을 쫓는데 성공했지만 윤씨의 행적은 묘연했다.

사건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자 경찰은 발로 뛰는 방법을 선택했다. 버스 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한 경찰은 극적으로 윤씨를 봤다는 증언을 확보, 4일간의 잠복 끝에 지난 4일 정읍의 한 공사장에서 막노동하던 윤씨를 검거했다.

윤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시인하며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와 객실에서 말다툼하다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윤씨를 구속하고 현장검증을 하는 등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법무부와 A씨가 다니는 학교 측과 의논해 A씨가 무사히 한국에서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물색 중이다.

경기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10일 “A씨가 중국 유학생이긴 하지만 정식 절차를 받고 한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범죄피해자 보호법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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