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은 탈의·샤워실, 비정규직은 좁은 대기실 고작”
서울 지하철 정비용역업체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과 같이 일하면서도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도맡는 등 각종 차별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년 전 작성한 ‘서울메트로 경정비 비정규직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이 같은 실태가 자세히 기록됐다.
이 보고서는 2014년 2∼6월 서울메트로가 전동차 경정비 업무를 위탁한 용역업체 P사의 비정규직 노동자 9명을 심층 면접해 작성됐다. 서울메트로와 P사 직원들의 임금과 노동환경 등을 자세히 비교했다.
P사 비정규직 노동자 A씨는 9일 “2년 전 만든 보고서지만,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굳이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 일하던 사람 몇 명이 너무 힘들다며 일을 그만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채운 것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P사 직원 139명 가운데 ‘메피아’(메트로+마피아)로 불리는 전적자는 64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자체 채용자는 61명, 촉탁직은 14명이었다.
P사 비정규직 직원들은 서울메트로 정규직뿐 아니라 같은 회사 ‘메피아’와 비교해도 심한 차별을 당했다.
한 공간에서 비슷한 일을 했지만, 월급은 적고 일은 고됐다.
서울메트로 20년 차 정규직 월급은 약 370만원이었다. 성과급과 복지포인트는 별도다. 메트로에서 30년 근속한 뒤 P사로 옮긴 전적자는 월 450만원 가량의 월급과 함께 성과금도 받는다.
P사 비정규직이 포괄임금제로 식대와 각종 수당을 모두 합해 월 170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는 것과 대조를 이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속 연차에서 오는 임금 차이는 그렇다 쳐도, 업무를 하며 느끼는 차별에는 인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비정규직 직원들은 토로했다.
정규직·메피아는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한 일을, 비정규직은 노동 강도가 높은 업무를 할당받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B씨는 “정규직과 비교하면 우리는 매일 소음, 분진, 기름떼에 노출되는 일을 한다”며 “더럽고 힘든 부분은 다 우리가 100% 한다고 보면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례로 노동자 5∼6명이 동원돼 1시간가량 힘들게 일해야 하는 전동차 하부 에어 청소 작업이 모두 비정규직 몫이라고 했다.
전동차 애자 청소 작업도 모두 비정규직 담당이었다.
애자는 전동차 안전 운행에 핵심적인 장치다. 애자에 먼지가 쌓이거나 깨지면 고압전류가 흐를 수 있어 3개월에 한 번씩 독성이 강한 폼파운드를 발라 묵은 먼지를 닦아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C씨는 “독한 약물인 폼파운드 냄새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역한데도 얇은 마스크 한 장에 면장갑을 끼고 작업을 한다”며 “정규직엔 좋은 장비를 지급하지만, 우리에겐 제일 싼 장비를 준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몸을 씻고 쉴 공간도 부족했다.
작업장 바로 옆에는 정규직이 사용할 수 있는 탈의실 2개와 샤워실 3개, 휴게실을 비롯해 신발 살균기계 3대 등이 있었다.
하지만 P사 직원들은 머리 위로 1천500V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작업장 안에 설치된 좁은 작업대기실이 전부였다. 샤워실은 정규직이 이용하는 사워실 중 가장 작은 곳을 빌려 썼다.
센터 관계자는 “임금과 환경뿐 아니라 고용안정, 휴가 등에서도 비정규직이 받는 이중·삼중의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런 노동환경이 업무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안전 문제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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