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부터 수습공무원까지…‘기강해이’ 탄핵 남의 일

외교관부터 수습공무원까지…‘기강해이’ 탄핵 남의 일

입력 2016-12-22 07:17
업데이트 2016-12-2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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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공직사회의 심각한 기강해이로 이어지고 있다.

국정 전반의 동력이 떨어지고 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국정 안정과 공직 기강 확립에 나섰으나 거꾸로 가는 공무원 범죄는 오히려 기승을 부린다.

음주 사고, 폭력은 물론 성범죄 등의 일탈행위로 1급 공무원과 외교관이 물의를 빚는가 하면 업무 관련 청탁·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공직사회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단체장까지 비리에 연루되기도 해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비난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일벌백계의 강력한 처벌과 함께 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이는 풍토 조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직자 ‘망신살’ 어디까지…미성년자·여직원 성추행, 음주 사고, 흉기 난동

최근 드러난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 외교관의 현지 미성년자 성추행은 공직자 기강해이의 ‘끝판’을 보여줬다.

이 외교관은 칠레 현지에서 한류 관련 등 공공외교를 담당했지만 본분을 잃은 행동을 저질렀다.

지난 9월 14살 안팎의 현지 여학생에게 한국어 교육을 핑계로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 여학생의 제보를 받은 현지 방송사가 다른 여성을 해당 외교관에게 접근시켜 함정 취재를 했고, 이 과정에서 성추행 장면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칠레 현지에 성추행 현장을 담은 모습이 방영되면서 이 외교관은 현지 교민사회와 고국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을 국내로 소환, 1차 조사를 벌여 중징계하기로 했으며 형사고발도 하기로 했다. 피해 학생과 가족, 칠레 국민에게 사과문도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고용노동부의 고위 공무원(1급)이 부하 여직원(사무관)을 수차례 성희롱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공무원은 여직원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음란한 내용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직원의 문제 제기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 공무원은 사과하고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강원 춘천시청 9급 수습 공무원은 출근 첫날 회식 자리에서 흉기 난동을 피워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 공무원은 동료들의 환영 자리에서 상사로부터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며 난동을 부렸고 말리던 업주, 종업원, 손님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러 다치게 했다.

이번달 초 충북의 한 교사가 혈중알코올농도 0.2% 상태로 교차로에서 신호를 지키지 않고 달리다가 택시를 들이받았다.

10월 경기도 구리시의 간부 공무원은 음주 취소 만취 상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을 들이받기도 했다.

◇ 이권 관련 공직비리 여전…단체장·공무원 수사 잇달아

국정 혼란에 아랑곳하지 않는 공직자들이 비위행위도 끊임없이 드러났다.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광주시 관급자재 납품 계약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김모(57) 광주시장 전 비서관이 20일 구속 기소됐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부당한 압력을 행사, 16개 업체가 관급자재 납품 계약을 독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광주·전남 지자체 다수 공무원이 관급자재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부당하게 납품 계약을 해준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일반산업단지 조성을 둘러싸고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해당 업체가 220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고 편의를 받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단체장(교육감)도 비리에 연루돼 수사 선상에 오르거나 직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선거 과정에서 기획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승훈 청주시장은 지난달 1심에서 직위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최근 인사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 일탈 묵인·솜방망이 처벌…“모범 보이고 책임 묻는 풍토 조성해야”

국정 혼란 상황에도 공무원 비위 행위가 이어지는 데는 처벌에 관대하고 불법을 묵인하는 공직사회 풍토가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한 윤리의식과 불법을 엄단하는 공직사회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1∼2015년 지방공무원 1만2천376명이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품위 손상(60.3%)이 가장 많았고, 직무태만, 복무규정 위반, 금품수수 등이다.

하지만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2천59명(16.6%)에 불과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21일 “공직사회에 일탈을 묵인하고 일벌백계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하다”며 “징계를 받더라도 법원 소송 등 절차를 밟으면 감경해주는 등의 분위기를 깨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미덕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공직자의 강한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조직 문화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책임을 묻는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이 국정 농단으로 허탈감에 빠진 상황에서 공직자들의 비위와 일탈은 더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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