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에 필요한 행위라면 환자 수치심 느껴도 추행 아냐”

“진료에 필요한 행위라면 환자 수치심 느껴도 추행 아냐”

입력 2017-01-08 10:17
수정 2017-01-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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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4세 성추행 혐의 소아과 의사 무죄 확정…“정상적 진찰 범위”

진료 도중 환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더라도 이를 반드시 의사의 추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인천의 한 소아과에서 봉직의로 일한 A씨는 진료받으러 온 14세 여학생을 진료 침대에 눕혀 속옷 안으로 손을 넣은 혐의 등으로 2013년 기소됐다.

검찰은 학생이 ‘변비’를 호소했지만, A씨가 진료를 빙자해 아래 속옷 안쪽까지 불필요하게 눌러보며 성추행을 했다고 봤다.

1심은 “의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삼은 성폭력 범죄”라며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진료에 필요한 행위였다면 이로 인해 환자가 다소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추행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무죄를 내렸다.

2심은 의료 전문가에게 의견을 조회한 결과 당시 A씨가 속옷 안쪽까지 눌러본 것은 정상적인 진찰 범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 경험이 많지 않던 피고인이 감수성 예민한 피해자와의 신체 접촉을 조심하고 주의하기보단 진료행위에 충실해 오해를 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심은 A씨의 진료실이 외부 시선에 상당 부분 개방됐던 점, 피해 학생이 당시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은 점도 성추행을 인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상고 이유 주장처럼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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