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려도 망하고 놔둬도 망하고… 재료값 치솟아 더 힘든 동네 가게
“붕어빵 사가는 사람은 줄었는데 물가가 갑자기 치솟고 있습니다. 10년째 3개에 1000원을 받았는데 안 팔린다고 4개를 주자니 남는 게 없고, 2개를 주면 손님이 더 줄어들테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있어도 망하고 가격을 바꿔도 망하는 겁니다. 솟아날 구멍이 안 보여요.”10일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50대 여성 신모씨는 앞에 쌓아 둔 붕어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손님이 없어도 붕어빵 만드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갓 구워진 모습과 냄새에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밀가루하고 설탕 가격이 곧 오를 거라는 얘기가 많아요. 그럼 어쩔 수 없이 2개에 1000원으로 팔아봐야죠. 길거리에서 1개에 500원짜리 붕어빵을 사먹을지 모르겠지만.”
10일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사장 김승규씨가 점심 장사를 위해 매장 내부를 정리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고급화도 박리다매도 힘든 자영업자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99.90으로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94.22로 7년 8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고급화 전략이든, 박리다매 전략이든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관악구 대학동에서 스테이크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승규(39)씨는 7년 전 ‘고급화 전략’으로 가게를 안착시켰다. 평균 6000원 정도의 음식들이 즐비한 곳에서 1인당 1만 5000원짜리 고품질 스테이크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최근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시름에 빠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월평균 매출이 2000만원이었는데 4분기에 갑자기 1000만원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물가가 올랐으니 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단골마저 발길을 끊을까 겁이 나 스테이크 무게를 줄이고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박리다매 전략을 택한 전재용(45)씨는 서울 서초동에서 2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싼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적어도 한 잔당 500원은 올려야 합니다. 임대료가 지난해 월 650만원에서 올해 800만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기호식품이어서 가격을 올리면 바로 고객이 끊깁니다. 할 수 없이 케이크 가격을 올려서 이윤을 남겨보려 하는데 말 그대로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대기업처럼 물가상승 주범 취급 억울
동네 가게들은 식료품 가격을 올린 건 대기업인데 가격도 못 올리고 똑같이 물가 상승의 주범 취급을 받는다고 억울해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햄버거뿐 아니라 대형기업에서 만드는 과자, 아이스크림, 소주, 맥주, 라면, 탄산음료, 두부, 계란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는 “대기업은 경기 침체 중에도 가격을 인상할 여력이 있지만 자영업자는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특히 자영업자는 체계적인 원가 관리, 구매 관리를 못해 가격을 효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의 컨설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01-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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