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400원 횡령 해고 정당” 선고…버스기사 “억울하다”

“2천400원 횡령 해고 정당” 선고…버스기사 “억울하다”

입력 2017-01-18 10:31
수정 2017-01-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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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무효확인 소송 1심서 승소했으나 항소심서 뒤집혀

버스비 2천400원을 빠뜨리고 납입해 해고당한 전북의 한 버스회사 기사가 1심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선 패소했다.

버스 기사 이희진(53)씨는 2014년 1월 3일 완주발 서울행 시외버스를 운전하면서 현금으로 차비를 낸 손님 4명의 버스비 4만6천400원 중 4만4천원만 회사에 입금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사측은 당시 “횡령한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에 무게를 둬 해고를 결정했다”고 해고 사유를 밝혔다.

이씨는 2천400원 때문에 같은해 4월 17년간 다녔던 직장을 잃었다.

그러나 이씨는 “사측이 강성 노조인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표적 삼아 징계를 내렸다”며 “단순 실수로 돈을 부족하게 입금했고 설령 2천400원을 횡령했더라도 해고는 과도하다”고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제2민사부는 2015년 10월 이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차비 일부를 빠뜨린 채 입금한 것은 징계 사유가 맞다”며 “하지만 원고가 17년간 한 번도 돈을 잘못 입금한 적이 없고, 2천400원이 부족하다고 해고한 것은 과한 징계”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한 사측은 항소했고 재판 결과는 뒤바뀌었다.

광주고법 전주 제1민사부는 18일 이씨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살펴보면 원고가 승차요금 2천400원을 피고에게 입금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피고의 단체협약에서 해고사유로 정한 ‘운송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고 보여 해고와 관련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노조와 협의를 통해 모든 버스에 CCTV를 설치했고 CCTV 수당을 지급한 점, ‘CCTV 판독 결과 운전사의 수입원 착복이 적발됐을 때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란 단체협약 등을 근거로 이씨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고의적인 착복이 아니라 실수로 버스비를 누락했다”며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대법원까지 가 진실을 밝히고 복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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